글을 쓰는 것은 형태가 없이 떠다니는 생각을 붙잡아 시각화를 통해 객관화 해내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글은 사람들 사이에 생각을 나누고 새로운 정보를 얻는것뿐 아니라 스스로와의 대화를 통해 지식을 재발견해주고, 분류와 비교를 가능하게 해준다. 글쓰기와 피드백으로 지식의 축적과정에서 작업을 가능케하는 매체는 메모이다. 완성된 긴 글은 결국 짧은 생각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축적된 생각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 짧은 생각을 기록하는 매체가 바로 메모이다. 메모하는 습관은 생각을 체계적으로 축적하는데 도움을 주고, 파편화된 지식을 연결해서 지식을 쌓는것을 극도로 효율화 해준다.

제텔카스텐은 독일 사회학자 니콜라스 루만이 사용했던 메모법이다. 루만은 책과 논문을 읽으며 새롭게 배운 것들 메모하고 조합하여 70권의 저서, 400여건의 논문을 발표했다.  루만의 놀라운 생산성은 특별한 메모방법이 있기 때문이었다. 

  • 서지 메모상자 BOX
    • 서지정보(책제목, 저자명, 발행년도 등등)와문헌의 내용에관한 짧은 메모를 모아놓음
    •  무엇이건 읽을 때마다 카드 용지 한쪽 면에 서지정보를 적고 뒷면에는 읽은 내용에 대한 짤막한 메모를 남겼다. (문현 20-p.17)이 그런 다음 이 메모들은 서지 메모 상자에 넣었다.
  • 본 메모상자
    • 독서한 내용에 대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만들어내는 역할
    • 자신이 적은 짤막한 메모를 들여다보면서 이것이 그의 고유한 생각, 그리고 직접창작한 글들과 관련성이 있는지 따졌다. 그런 다음 본(本) 메모 상자로 옮겨가 빈 종이에 자신의 아이디어, 논평, 생각들을 적었다.
루만의 경우, 메모를 주제별로 정리하지 않고 오히려 추상적인 방식으로 메모에 고정 번호를 매긴 것이 비법이었다. 번호는 그 자체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각 메모를 영구적으로 구별하기 위해 표시한 것이었다. 그는 논평, 수정, 추가 등 새로운 메모가 기존의 메모와 관련성이 있거나 직접 연관되면, 기존의 메모 바로 뒤에 새 메모를 추가했다. 가령, 기존 메모가 22번이라면, 새 메모는 23번이 되는 식이다. 만약 23번이 이미 존재한다면 새 메모는22a가 된다. 그는 중간에 사선 부호(/)와 쉼표(,)를 넣으면서 숫자와알파벳을 번갈아 사용하는 방식으로 메모를 통한 생각의 가지들을 마음껏 확장했다. 가령, 인과관계와 시스템 이론에 관한 루만의메모에는 21/3d7a6번 메모의 뒤를 이어 21/3d7a7이라는 번호가 붙었다(58페이지 사진 참조-역주). 그는 새로운 메모를 추가할 때마다 메모 상자를 확인하면서 관련성 있는 다른 메모들과 서로 연결 지었다.

 

메모 상자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메모를 무작정 쌓아두지 않아두지 않고 끊임없이 연결시켜 2차메모를 남기는 것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메모는 또 세 가지 방식으로 나누는데 두갈래로 보면 된다. 하나는 포스트잇이나 노트같은 곳에 쓰는 메모, 나머지 두 개는 따로 분류를 만들어 단일 프로젝트용 메모, 인덱스로 관리되는 메모로 저장해서 하나의 긴 문서를 완성시킬 수 있을정도로 모이면 다시 글로로 정리한다.  

  1. 임시 메모
    • 오로지 정보를 상기 시키는 역할만 어떤 식으로든 써도 되고 하루나 이틀 뒤면 폐기한다.
  2. 영구 보관용 메모
    • 절대 버리지 않는 떼 모이며 필요한 정보를 영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적는다. 늘 갈은 곳에, 같은 식으로 저장하는데 정확하게 기록하여 서지정보 시스템이나 메모상자에 저장한다.
  3. 프로젝트 메모
    • 특정한단 한 가지 프로젝트에만 관련된 메모다. 프로젝트별 폴더에 보관하며, 프로젝트원료휴에기할 수도 있고 보관할 수도 있다.

메모를 매일 적고, 이것중 중요한 것을 추려서 2차 영구보관용 메모를 늘려나가는 것이다.  색인을 만들거나 저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시시콜콜한 기술적인 부분은 요즘엔 컴퓨터가 대신해준다. 

루만의 메모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모간에 연결을 만들고 계속 새로운 생각을 덧붙여 눈덩이 굴리듯 확장해 나간다는 것이다. 메모를 쌓아놓는데서 그치지 않고 메모가 축적되면 기존의 생각에 통합하고 연결되며 통합된 체계적인 지식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습관으로서 체계화 한 것이다. 예를들맨, 어떤 연구분야 하나를 잡고 읽은 내용중 인상적인 내용을 서지상자에 보관하고, 이것을 모아서 하나의 완성된 2차메모를 쓰고 연결해나가면서 점점 많은 연결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많이 쓰이는 마인드 맵에서는 분류를 만들고 탑다운(위에서 아래로:Top down)으로 지식을 뻗어나가지만 루만의 서지 시스템은 바텀업(아래에서 위로:Bottom up)방식이다. 즉 메모를 써나가면서 단편지식에서 구조화된 지식으로 뇌의 신경망처럼 점점 서로를 참조하면서 확장해 나가게 된다.  대부분의 마인드맵은 상호참조가 불가능하다. 상위의 분류와 하위의 다수의 정보갈래가 나무처럼 뻗어나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구조가 틀어져서 새로운 지식체계를 구축하려면 상위 구조에 추가해야할지 중복해서 정보를 추가해야할지 막히는 때가 반드시 오게 되어있다.  빠른시간안에 한 주제를 집중적으로 분류해 나가면서 정리해 나가는데는 마인드맵도 좋은 선택이지만 장기간 어떤 효용이 생길지 모르는 좋은 생각들을 축적해 나가는 시스템은 양방향으로 연결에 참조표시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루만의 메모 시스템은 최근의 디지털 노트시스템에서 구현되고 있다.  '역방향 링크(Back Link)'표시 기능이다. 한 페이지에서 다른 페이지를 링크하면 원래 페이지에 자신을 참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래는 마인드맵분류의 아웃라이너 프로그램인 다이널리스트(https://dynalist.io)의 최근에 추가된 백링크 표시 기능이다. 

 

필자가 쓰는 다이너리스트(dyvalist) 백링크

정보의 중요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은 연결수가 얼마나 되느냐이다. 다른 생각을 끌어낼 수 있는 생각의 단초는 상당히 많은 연결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논문의 가치도 인용수에 따라 중요도를 매기는 것처럼 메모도 마찬가지로 연결수가 중요하다. 최근에 설치한 옵시디언(Obsidian)노트는 연결수가 다음과 같이 시각적으로 표시된다.

 옵시디언 노트 연결망(https://thesecondbrain.tistory.com/entry/옵시디언-사이드바-기능)

나는 노트프로그램으로 원노트, 다이너리스트, 노션, 옵시디언을 설치해서 쓰다가 주로 다이너리스트를 제텔카스텐을 보고 옵시디언 노트를 설치해서 1차 메모 항목을 쌓아가는 중이다. 

공부라는 것을 자발적으로 '자기자신을 가르치는 것'이다.  '제텔카스텐'은 메모를 체계적으로 하는 법, 이것을 통해 깊이와 넓이를 아우를 수 있는 방법을 쓴 교본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한 것을 다시 내 머릿속의 사전을 통해 다시 재배열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부분의 머리를 쓰게 되어 뇌에 나이테처럼 남는다. 말은 좀 더 빠르게 휘발되지만 글은 좀 더 신중하게 머리에 흔적을 남기게 된다. 이 나이테가 모여 생각이 되고 행동이 되고 자아가 되고 인격이 된다.

성실하게 보고 느낀것을 기록하자, 그 행위 자체가 미래의 나를 풍성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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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