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8돌 한글날을 축하하며
사는 이야기/생각-이삭줍기 :
2024. 10. 9. 23:19
당연하게 그냥 자연스레 만들어지고, 존재한다고 여기면 안 되고 매년 되새겨야 하는 일이 있다. 어떤일이 당연하지 않고 누군가의 노고와 희생으로 만들어진 일이라 일깨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에 대해서 기리고 생각하는 날을 만드는 것이다.
한 때의 고마운 인연을 만나 수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평생 함께 하자고 약속한 날을 결혼기념일이라 하고, 이제 나름 나이도 중년의 나이로 넘어가지만, 아직도 내 존재와 내 주변인의 존재를 새삼스레 각자 의미를 되새겨 보고 나를 낳으신 어머니를 기리는 의미로 생일상에 미역국을 먹는다.
어릴적에 휴일이 아니어서 잊혀졌던 한글날이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2013년 10월 9일 국경일이 되었다, 나에게 문자와 글은 세상을 열어주는 길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기념하고 있다.
한글날이 되면 94년 하이텔 한글동호회에서 만난 분들을 추억하곤 한다. 그냥 글읽기 좋아하고 호기심 많은 동글동글하고 수줍던 소년시절 , 예쁘고 고운말 우리말글을 가려 쓰자는 사람들은 참 사람이 좋기도 했지만 나이대도 없이 위아래로 마음이 열린 깨어있는 분들이었다.
이렇게 글을 써서 PC통신에 올리고, 웹에 올리고, 블로그나 페북에 올려서 정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내 의지로 만나기도 했지만, 처음에는 먼저 말을 건네고 만난 분들이 훨씬 많았다. 대학생때 플라자에 올린 글을 보고 찾아온 하이텔 팀장님을 신기한일로 떠올리곤 한다. 온라인은 현실공간에서는 평범하고 눈에 띄지 사람인 내가, 글을 쓰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곳이었다.
그 많은 인연이 처음 맺어지기 시작한 곳이 한글사람 다솜이라는 곳이었고, 그것이 온라인에서 키운 부캐 시작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 둘은 같은 사람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부캐가 본캐에 영향을 주고 인생을 사는 방식까지 바꿔버리게 되었다.
나는 의지와 행동만큼이나 말과 글이 사람을 이루어 낸다는 말을 믿는다. 자기실현예언이라는 말보다 더 먼저 배운 된 고등학교 교과서에 언어학을 다뤘던 글에 '에르곤'과 '에네르게이아'에 대한 훔볼트선생의 말이 있었다.
“언어는 에르곤(ergon, 작품, 이뤄진 것)이 아니라, 에네르게이아(energeia, 활동, 이뤄 내는 힘)”이다.
훔볼트(Humbolt)
한글이 창제된지 제578돌 되는 날이다. 어진 임금 세종이 세상에 소외되고 어리석은 사람들을 위해 한글을 지어낸 날이다. 청주에 어리고 소외되었던 소년에게 스승이자 거울이자 길이 되어준 말, 그 몸을 이루고 있는 한글이 만들어진 오늘 이 날은 내가 쓰는 언어와 문자에 대한 의미를 일 년에 한 번씩 되새겨주고, 인터넷과 가상공간에 내가 남긴 많은 글들로 이어진 고마운 인연들을 한번씩 되짚어보는 날로 기억되고 기억될 것이다.
제578돌 한글날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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