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소식을 볼때 나는 어느 술집에서 총 세 명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같이 술마시던 두 명이 담배를 핀다고 나를 덜렁 남겨두고 나가 있는동안, 혼자 핸드폰을 보다가 "한강 노벨 문학상 수상" 이라는 글귀를 보고 눈을 의심했으며,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우리 식구 사 남매가 한 집에서 복닥복닥 살았던 내 방의 책장과 누나방에 꽂혀있던 한국문학의 거장들이 주르륵 떠올랐다. 그리고는 이게 현실일리가 없다고 맥주를 한 잔마시며 다시 생각했다.
'에이 내가 잘못봤겠지'
그날은 좀 지나보고 다음날 봤더니 온통 세상이 난리난리가 났다.
어릴적에 어머니가 사주신 계몽사 문고를 읽으면서 문학에 입덕했었는데, 이 책 목록을 색동회가 감수해서 선정했다고 했다. 색동회에서 선정한 글은 참 곱고 아련하고 예쁜 것이 많았다.
'가난했던 해방과 전후시대'에서 그런 고운글과 꿈과 희망을 다음세대에게 물려주고자 노력한 분들이 얼마나 고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까 지금도 종종 생각하곤 한다.
이제는 어디가서 책을 읽는다고 하기도 부끄러운 한국문학의 (전)애호가로서 일제시대때 말살될뻔했던 한국어 화자로서 지하에서 잠들어 계실 조선어학회와 색동회 어르신들이 나처럼 눈을 의심하고 머릿속이 아득해질덩도로 기뻐하셨으리 믿는다.
바야흐로 "제국주의 열강"들이 자기돈 들여서 한국어를 배우고 자국어로 한국 소설을 번역해서 "사서" 보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다 내친김에 노벨상까지 수상이라니!
이보다 기뿐일이 어디 있으랴.
한강님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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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