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었다.
내가 좋아서 아이투자에 투자글을 올렸고,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수익은 나도 그만 안나도 그만이었다.
그래도 나는 누군가에게 인정받는게 기분이좋았고, 실제로 내게 도움받았다는 인사를 받기도 참 많이 받았다.
남에게 도움준다는 생각보단 내가 재미있었으니 미칠 수 있었다. 야근하고 들어와서 새벽까지 전자공시를 읽고, 투자 구루들의 책을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주섬주섬 떠올리다보면 내가 왜 돈을 못 벌었을까라는 질문은 참 못난 질문이었던 같다. 언제부턴가 열심이 글을 올리면서 나는 왜 이모양인가. 본전생각을 간절히 떠올리면서 나는 돈에 과민하게 연연하는 사람이 되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수익률은 좋을지언정 그때만큼 신나진 않은것 같다.
지금의 월간 변동폭이 그때 투자금액에 육박해도 재미있진 않은것같다.
나는 이제 젊지 않고, 투자자로서 이미 아는게 많다고 생각(착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게 편견이고 겁나서 놓친 신포도였는지 몰라도 그렇게 생각하는게 속이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가, 젊을때는 아무데서나 꼴리는 거라고, 투자도 그래서 여기서 껄떡 저기서 껄떡댄다고, 어쩌면 부러운투로 연세많으신 산전수전공중전우주전까지 겪었을 중늙은이 선생님이 말씀하셨었다. 요즘엔 그 말에 이해가 간다. 이제 어지간히 섹시한 주식이더라도 별로 끌리지 않는다.
안먹는게 아니라 못먹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안과를 가는 날이다. 눈이 지난달과 비교해서 그리 나이질 게 없는걸 뻔히알면서도 의사선생님은 그래도 전보다 좀 나아졌다며 안심을 시켜주고는 주사를 다시 맞았다. 눈에 주사바늘이 들어가고 주사액이 들어가는 동안 잠깐 왼쪽눈이 2초정도 시력이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 처음엔 빨갛게 피가 망막에 번지다가 주사액이 들어가면 눈이 캄캄해진다.
회사에서도 미친듯이 일하지 않는다. 일을 벌이면서 일하다가 정신을 문득문득 차리면서 일을 쳐낸다. 내게 조금이라도 부담스런 일들은 자꾸 피하게 된다. 사람도, 일도 조금씩 거리를 두고 담벼락을 높이게 된다.
그 눈이 캄캄한 순간이 2초가 아니고 죽을때까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참으로 두렵다.

실망하기 싫어서 기대도 하지 않게 되고, 원숭이처럼 잘도 갈아타는 일도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잘 안하게 되었다.
눈때문이다. 눈때문에 어떤것도 즐길 수, 아낄 수 없게 됐다.
할 수 없이 삶이 바뀌게 되는 중이다. 주변에선 언제 독립할거냐고 물어보지만 나는 선뜻 대답할 수 없다.
이런 태도로 살아본적이 없기에 앞으로 이런 엉거주춤한 태도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좀 더 버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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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