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꿈을 이루는데 급급했는데,
요즘에는 어떻게 사는지에 골몰하게 된다.
실은 목표를 이룬 삶이란 따분하고 지겨운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돈 좀 벌었다고 효능감을 느끼는 지점이 내가 얼마짜리 밥을 선뜻 먹을 수 있는지로 측정하던 시절이 있었다.
2000년대 초에는 좀 불쌍한 척 하면서 점심을 700원 삼각김밥을 먹으면서 살기도 해봤고, 3000원짜리 한솥도시락도 열심히 사먹기도 했다.
어느날 10만원짜리 호텔 부페를 아내와 갈 수 있게 됐고, 평소에 멘토로 여기는 분에게 인당 18만원짜리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책에서만 보던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느끼게 되었다. 아..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더 맛있는 음식을 먹기 힘들고 이 '더 맛있는 음식'에 대한 탐색비용과 시간을 고려했을때 적당히 그치는게 이롭다는 결론이 들었다. 그냥 정확한 내 레시피로 끓인 라면을 아이들은 10만원짜리 부페보다 더 좋아한다.

그렇지 뭐, 다 부질없구나..
이후엔, 대충 몇 만원 정도 예산을 꾸려서 그 안에서 최고의 경험을 하는 방향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이룬 사람들이 보통 하는 말이 '별 거 없다'라는 말을 하곤한다.
공부 잘했던 동생(사실 내 주변에 '고등학교시절' 공부 잘했던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이 공부 잘해봐야 별거 없다고 애들을 방목한다고 한다. 대기업 가본 놈이 대기업가보니 일개 부품같다고 자가 아이들을 '자기 하고싶은거 하게 해준다'고 푸념을 한다.
세상 다 이렇게 부질없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이제서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 머리위로 올라서야 행복한 것인지,
그냥 빈둥빈둥 산책이나 하면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게 행복한 것인지.
괜스리 안해도 되는 일을 하겠다고 손 번쩍 들었다가 호되게 업무의 수레바퀴에 끼여 겨우겨우 끝낸다음 느끼는 후련함 따위가 행복한 것인지.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과거에는 남들보다 잘나보이기 위해서 노력했던 시절도 분명 있었고, 투자를 잘한다고 생각해서 우쭐대던 시절도 있었는데, 투자하기에 그 시절이 그리 좋았으니, 마침 학교공부와 어릴적에 읽었던 책 나부랭이와 그 시절과 잘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전엔 이런걸 하면 행복해질 것 같다.라는 확신같은게 있었지만 갈수록 그런게 사라지는 것 같다. 그럴수록 삶이 좀 더 꾸밈없이 담백해지는 것 같다. 내 몸에 맞는 행복은 대체 무엇인지.

박근혜같은 무지랭이가 대통령되는게 꿈이었지만 그게 끝이었고, 모든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지 않나. 삶이 끝나갈때까지 모난 곳을 다듬고 귀를 열고 이야길 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최선을 선택을 하도록 살자고 마음먹은 다음 모든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졌던 것 같다.
별게 없는게 아니다. 우연히 걷다가 줍는 천원짜리도 줍고 똥도 밟는게 인생이라. 스무살적 내 모습에서 보면 내가 오라클에 접속해서 인라인뷰가 몇개나 박힌 쿼리하나 날리는 것도 기적이라 할 만하고, 아내와 사내아이들을 데리고 철마다 여행씩이나 다니는 사치를 누리는것은 놀라 까무러칠 일이다.

정말 일하는게 별거 없이 우습게 보여서 선뜻하겠다고 한 일에 밟히고 치이면서 올해 내내 똥을 밟았으나, 어찌나 불쌍해 보였는지 착한 이웃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얼굴에 먹칠하지는 않게 되었다. 다행이다.

해보면 별거 아닌일들도 많다.
그게 나를 성장시키는 일들인것 같다.

GDP테스트 완료 마감한 날에 쓰다.


반응형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이시스트 앤서니 웰링턴이 말하는 의식의 4단계  (0) 2018.11.04
송이사님 만난 날  (0) 2018.11.03
황반변성 치료를 받고..  (1) 2015.07.02
민주지산에 다녀오다  (0) 2015.02.03
보이지 않는 주먹  (0) 2015.01.14
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