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이 죽었다.
내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그의 그림자는 걸쳐있다.
20대와 30대의 위기를 노자와 스캇 펙의 책에 누나가 수집한 매니악한 음악들로 지탱할 수 있었다.

내가 투자를 하고 세상돌아가는 것에 덤덤하게 바뀌어갈때 즘 그는 내게서
멀어져 있었고 여전히 잘 살고 있어서 내가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될정도로 충분히 멀어지고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신해철이 죽었다.

중학교때 한 반이었다가 후일 친구를 통해 전해들은 동갑내기의 자살 소식에 잠시잠깐 멍해졌던 적이 있었는데,
하드디스크에 아내와 연애시절 찍은 사진이 모두 깨진다음 느낀 먹먹하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는 중인데
뭔가를 또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나를 20년 넘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살 수 있었던 건 자존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자존심을 내려야 더 오래 살 수 있고 더 오래 버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신해철은 아티스트이면서도 광대의 길을 갔고, 어떤이들은 그의 입을 통해서 통쾌함을
어떤이들은 그의 입을 통해서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그래서 더 오래 사랑받을 수 있었다.

형이 없던 내게 늘 큰 형같은 울림을 주던 진짜 대중 예술가 신해철
사랑도 명예도 음악도 결코 손에서 놓지 않았던 진짜 작가 신해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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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