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왼쪽 눈에 황반변성 진단을 받고 루센티스라는 주사를 세 번 맞았습니다.
이 질환이 참 그런게.. 암이나 당뇨처럼 꾸준하게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하더라구요.
12월은 제게 참 힘든 달이었네요. 2년전부터 절 괴롭게 하던 업무 하나가 제대로 삑사리가 나면서 눈에 주사맞고 쉬는데 회사에 끌려나오기도 했고..
시선의 한 가운데가 휘어보이는 것을 보고 매 순간 참 많은 것을 후회했습니다. 젊었을때 운동 좀 할 걸.. 하는 것부터.. 몇 년전 그 종목을 귀담아 듣고 살걸.. 하는 부질없는 후회까지 모든 종류의 후회를 했습니다.
1월은 NHN엔터테인먼트의 장렬한 하락때문에 한 달 내내 속앓이를 했습니다.
주식에서의 인간관계라니.. 제가 문을 닫고 동굴속으로 들어가버리니 저는 잊혀진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도 들더군요.
저는 이제 주식과 상당히 멀어진 기분입니다.

제가 한국은행에서 일하면서 세운 원칙이 주식에서 박살나도 절대 업무에서 작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12월은 상당히 아슬아슬 했고.. 1월은 업무와 주식이 정말 간당간당하게 제 목덜미를 서늘하게 했습니다.

이제 생각해보면 저도 제 행복을 위해 무언가 변화를 줄 때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해보곤 합니다.
아내와 저 모두 인식은 하고 있지만 고개를 몇 개 넘어야 할지 잘 가늠이 되지 않네요.

하루에 약을 열 개도 더 먹으면서 생각합니다.
나를 행복하게 하려면 어떤걸 해야할까..
늘 생각합니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모두 부질없는 일로 여겨진다면 그때에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아버지가 저더러 늘 하는 말씀이 있어요.
너는 항상 남들보다 좀 늦게 되는 경향이 있으니 기운내라.
늦은 사람이 더 찬찬히 실피고 나중에 성공하더라. 너무 조바심 가지지 말거라.
몸이 좀 부실해지니 마음이 춥네요. 2008년 폭락때도 2011년 유럽위기때도 요즘처럼 심란하진 않았던것 같은데...
여튼 모두들 건강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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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