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30년이 넘게 일기를 쓰신다. 가게문을 닫고, 아버지는 하루 매상을 결산해보고 늦은 밤에도일기를 쓰셨다. 아버지의 글씨는 수려하고 문장은 정갈하고 담백하다. 나는 아버지가 모 지역소식지에 쓴 여행기를 읽고 우리집에서 내려오는 글쓰기에 대한 취미랄까 집착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읽기보다 쓰기를 더 좋아한다.

1. 내 일기장 중 중학교때부터 군대시절 썼던까지 썼던 일기장이 본가에 있었는데 손발이 오그라드는 내용이라 보다가 다시 집어넣곤 했던 물건이다.
군대시절 기록은 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물건이라 언젠가 가져와야지 했던 것인데 아버지가 어느날 당신의 방으로 꾸미시며 내 일기장을 모조리 폐지로 팔아버리셨다. 그렇게 내 15-23세의 기록이 사라졌다.
2. 아내와 만나서 연애시절 아내의 사진기와 내 사진기로 찍은 사진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해놓고 포맷을 했는데 사진이 모조리 깨져버려서 용량은 있으되 아무 의미없는 데이터가 되어 버렸다. 아직도 이 데이터는 가지고 있는 중이지만 늘 이 사진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3. 하이텔과 아이투자나 밸류스타에 내가 올린 글들은 사실은 내 사적 기록이다. 하이텔의 동호회에 내가 올린 글은 하이텔이 문을 닫을때 백업지원을 모두 받아두었지만, 플라자나 영화게시판, 음악게시판에 올린글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하이텔의 글들은 모두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 글들이어서 나에게 보낸 타인의 글도 기억에 남는 것들이 많았는데 모두 사라진 것이 되고 말았다. 아이투자의 글들은 페이지로나 용량으로도 한참되는 글들이지만 아이투자가 사라지면 그리고 페이스북이 이 글도 사라질 것이다.

아마 내가 어느순간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내 인생은 기록이 되지 않는 많은 순간과 기록된 순간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모습으로 파편화되어 재구성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것도 점차 잊혀질 것이다. 매체가격이 너무나 싸지는 시대 기록은 기억보다 강하며 기록되지 않는 기억은 재빨리 머릿속에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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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