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의 소회와 반성
들어가면서
흔히 수익이 나면 말이 많아지고 자랑하는 한편 손실이 크면 잠적하고 입을 지퍼로 채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마어마한 분석능력과 현금동원능력을 자랑하지만 깨지는 일에는 위아래가 없고 귀천이 없습니다.
자신이 무얼 잘못했는지 복기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하락이 끝난건 아니라고 보고, 앞으로도 계속 여진이 지속될것이라는 전망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지금 복기를 해보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준비
개인적으로 저점은 1300이라고 생각했는데 100p가 더 깨져서 1300대에서 현금을 소진하고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10년정도 투자를 하면서 경기가 망가질때마다 운좋게 시장을 빠져나오거나 제 종목중 한두놈이 방향성을 거꾸로 타고 올라가서 폭락을 비껴나가서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초에 시장의 하락을 고민고민하고 각오하고 준비하고 얻어맞은 것이 충격이 심하네요. 올 초부터 포트 방어계획을 세우고 포트를 만들었습니다. 우리집 주력계좌인 와이프 포트에는 코텍, 플랜티넷은 비교적 선방했지만 KTB네트워크 액면가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제 포트의 주력인 덕산하이메탈은 40%가까이 손실이 나서 초고배당주로 변신했습니다.
몽둥이에 맞는데 엉덩이에 힘준다한들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 달동안 배우고 깨닫고 얻은 너무 많아서 오히려 기분이 좋기도 합니다.
폭락과 소회 혹은 평가
주가는 아래로 아래로 달리고 거기다가 환율은 1400원을 찍으니 정신이 혼미해졌고 믿었던 배당, 자산가치, 다음분기에 당장 실적이 급증할것으로 보이는 기업까지 모두 의구심에 공포로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폭락이 3단계가 있었다면 2단계에서 아내 계좌의 반 이상을 팔고 어제부터 평소에 봐뒀던 종목들을 편입하는 중입니다. 유가하락과 위안화, 엔달러 환율을 보고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현금비중을 남겨뒀고 오늘 폭등했어도 제가 판 시점보다 싼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좀 일찍 샀다고 생각하고 즐겁게 매수를 했습니다.
그동안 어느정도 커다란 변곡점에 대해서는 경제를 관찰하면서 만들어둔 view가 있었고 나름대로 경기예측이나 방향성에 대해서 잘 짚어왔다고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올초에 현금화 시키고, 호주달러를 매수하고, 투자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역시 성장. 꿈꾸는게 좋다며 초고성장주(디지텍시스템), 원화약세에 대비해서 수출주(코텍), 내수경기악화에 대비해서 내수 경기방어주(플랜티넷)를 편입하는등 여러 방법을 써 봤지만 경제전반이 흔들리는 위기상황에서 대처방법을 주식 포트폴리오로 한다는 것은 일단 시장수익률로는 방어할 수 있지만 진짜 마이너스를 막는 일은 현금밖에 없다는 것으로 결론내면서 절반은 실패한것으로 간주하기로 했습니다.
반성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하기 위해서 어떤것을 고쳐야 할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이 중 잘 지키고 있는 것도 있고 잘 못지키고 있는것도 있지만 새삼 스럽게 여기에 써 봅니다. 이번 하락에서 얻은것은 관점, 논점 등 가치관관리, 위험관리와 판돈관리 즉 자산배분의 중요성입니다.
1. 폭락장에서 매수할때는 아주 넓게 종목분산을 한다. 집중투자는 경기확장기 상승장에서 종목을 압축해가며 한다. 역실적 장세의 폭락장 이후에 V자 반등은 기대하기 힘들며 이 긴 시기를 기다리려면 종목을 분산해놓고 비중조절을 해가며 수량을 늘리는 전략을 쓴다.
2. 주식시장에서 더 이상 싼 주식을 찾을 수 없을때, 좋은 기업이 너무 비싸게 거래될때는 그동안 만든 수익을 현금화하고 다른 자산을 찾아본다.
3. 하락장에서는 투매가 나올때까지 기다린다. 반드시 투매가 나온다.
4. 상승시에 더 싼 종목을 찾기위해 더 질낮은 기업을 찾아 기어나가지 않는다. 그 질낮은 기업이 하락장에서 나를 죽일 수 있다.
5. 포트에 항상 현금비중을 마련해 두는 연습을 한다. 현금은 정말 필요할때 없더라. 버핏옹이 채권을 발행한것처럼 호황에 유동성을 마련해두라.
6. 큰 실수를 했을때는 돌이키려고 무리하지 않는다.
7. 작은 하락에 물타기로 현금을 소진하지 않는다.
8. 공부는 평소에 하고 매수는 세일때 한다.
정말 좋은기업은 그냥 관심만 두고 있으면 어느날 문득 좋은가격에 제발 사달라고 이야기를 해온다. 그때가 가장 좋은타이밍이다. (KCC같은 경우는 1년에 한 번씩 세일을 합니다)
9. 모든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말할때는 반대로 한다.
10. 투자는 정치행위가 아니고 돈을 버는 행위이다. 정치색은 투표할때에 유용하지만 돈버는 방법은 정치성향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벌어야 한다. 스스로 정치적 편향성이 과도하다고 할경우 반대편의 논리도 귀담아서 들어봐야 한다.
11. 이익을 실현하는 것은 투자자의 정당한 권리이다. 어제사서 오늘 팔아도 이익나면 장땡.
12. 가장 중요한것은 종목선정이다. 분석을 아무리 잘해도 종목선정을 잘못하면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 공연히 삽질하는 헛수고를 하게 된다.
바닥 천정 팁
1. 모든 사람의 의견이 일치할때가 바닥혹은 천정이다.
2. 모든 챠트가 무너져서 모양이 똑같을때가 바닥이다. 모든 챠트가 일봉-주봉-월봉까지 상승모양으로 똑같아질때가 천정이다.
3. 모든 바닥과 천정에는 사이드 카가 호위한다.
4. 천정에서는 쓰레기같은 자산주도 대접받는다. 바닥에서는 땅짚고 헤엄치고 이익이 매분기 증가하는 기업도 자산가치 이하로 돌덩이 취급받는다.
전망#1
앞으로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예상됩니다. 실적이 좋은 놈은 떨어질까봐, 내려가는놈은 더 떨어질까봐 지지부진할것 같습니다. 폭락후 횡보장은 좋은 공부시기입니다. 투자의 5개 과목이 있습니다. 그동안 두번째와 세번째 과목에 주로 치중했다면 이제 네번째와 다섯번째 과목 공부를 할때입니다. 한번 공부해두면 정말 쓸모가 있습니다. 다섯번째는 선택과목이고 너무 빠지면 이단취급받고 주화입마가 될 우려도 있으나, 익혀두면 반드시 도움이 됩니다.
하나는 거시경제분석
두번째는 기업가치분석I (계량)
세번째는 기업가치분석II(정성적분석)
네번째는 업황분석
다섯번재는 챠트, 배팅, 거래, 판돈관리 등 실전기술
정리하면서
1월달에 제가 살아남기를 기약(http://www.valuestar.co.kr/link/c16985)하면서 9개월이 지났지만 벌써 자살기사가 나오기도 하고, 시장에서 거의 퇴출된 사람도 부지기수로 많은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치투자자라고 자부하면서 매도하지 않고 손절하지 않는것을 미덕으로 알 수 있지만 모르는 것도 아니고 리스크가 계속 불거져 나오는데 장기보유하는건 맞지 않는것 같네요. 그럴땐 적당히 손절하고 자세를 바로잡는것이 정신건강에 좋은것 같습니다.
맹목적인 장기투자가 수익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1월에 제가 써둔 글의 마지막 부분을 인용합니다.
"죽지말고 겨울을 잘 보냅시다. 겨울철이면 여름철에 그렇게 많던 모기의 80%가 죽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름에 남은 20%가 새끼를 치고 또 쳐서 또다시 기승을 부리지요. 살아남아서 봄을 기다립시다. 살아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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