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프로젝트 1차가 공식적을 끝났다. 당장 드러나지 않지만 일정에 쫓겨 나중에 해야겠다 미뤄둔 혼자 숨기고 있던 구멍 세 가지를 엊그제부터 무조건 끝내야겠다고 집에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해치웠다. 집을 나설때 약간은 안심했지만,  일간작업오류가 나고 말았다.  선선한 봄바람이 넘실대는 오대산 입구에서 10시넘게 까지  손바닥만한 서피스를 펴놓고 회사 pc에 접속해서 접속하고 월정사 야외좌석에 앉아서 메일을 보낼때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덕분에 일행이 30분이나 오대산 입구에서 발이 묶여있었다(죄송합니다)

2. 오대산 선재길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도란도란 하며 걷기에 좋은 길이다. 해발 800m정도 되는 고도에 가는길은 크게 가파르지 않은 흙길, 바위길, 숲길이 계곡옆을 따라 나 있다.  선재길은 중턱까지 봄이 본격적으로 다다르지 않은지라 눈이 얼어붙은 곳도 간간히 보이기도 했고, 돋아나는 잎파리는 아직이었지만 진달래가 한창이라 분홍색으로 산을 수놓고 있었다.  겨우내 산 여기저기 쌓였던 얼음이 녹은 물이 그동안 보았던 어떤 계곡물보다 맑은 물이었다. 계곡의 오른편을 따라 걷다가, 왼편으로 중간중간 다리를 오가며 오르는 완만한 길이었다. 오대산 월정사-상원사 9km정도부터 왼쪽 무릎뒷부분이 뻐근해지기 시작하다 상원사에서 계단을 오르는데 무릎 뒷부분-허벅지뒷근육으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굉장히 기분 나쁜 뻐근함이 이어졌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아킬레스건, 종아리, 허벅지 뒷근육이 짧아져서 가장 약한 부분인 아킬레스건이 통증이 심해 어기적거리며 걸어다녀야 했다.
어제 같이 동행했던 분이 무릎 아대를 빌려줘서 간단히 응급처치를 하고 등산 쌍지팡이로 짚으며 계단이 아닌 경사로 조심조심 내려와서 버스를 타고 휴식을 하니 나아지긴 했지만, 하산할때 버스가 없고 무리해서 걸었으면 꽤 큰 부상을 입을 뻔했다는 생각이 든다.

3.작년 이맘때쯤 회사를 퇴직하고 이직하고 1년간 정말 다리를 쭉 뻗고 잔 날이 없을정도로 마음고생, 몸고생을 심하게 했었는데 어제는 간만에 세상 모르고 곯아떨어져서 푹 잤던 것 같다. 중간 과정에서 말못할 수모와 좌절감을 느끼곤 했었는데 그래도 한 고비를 넘었다는 안도감에 다행함과 도와준 동료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4. 투자자로 사는건 정신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투자를 재미나 취미로 한다면 이야기가 다를 지 모르지만 한사람의 인생을 들여 모은 돈으로 가족들을 건사하며 투자하는 모든 투자자분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가 한참 잘되는 시절에 투자자로 살기를 희망하지만 나는 그분들이 자신의 소망과 아이디어가 모두 부정당하는 하락장이나 폭락에서 어떤 방도를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나도 근 15년을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살다가 투자자로서의 내 존재가 부정당하는 일을 겪고난 후에 트리우마를 갖게 되었다.

회사원으로 사는 일도 어려운 일이다. 회사원으로서 살아남으려면 일정내로 업무를 마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해내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투자와 일이 없던 있던 시간을 회사를 위해 보내야하는 회사원을 둘 다 훌륭하게 잘 해내는건 내게는 버거운 일이었다(잘 하는 분이 분명 있을것이다)

지금껏 살아온 날을 생각해보면 내 인생의 화두는 자립하기 위한 투쟁과 인정받기 위한 투쟁 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고, 모든 속박과 참견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살아왔었고, 내가 내 의지대로 살기위해 타인의 지지가 없이는 너무나 힘들다는걸 알게 되면서 조금씩 둥글둥글해져갔다. 자신의 말대로 순순히 따라주길 바라는 곳에서는 매우 큰 질책과 속박을, 내가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자유도가 높은 곳에서는 괜찮은 성과를 올렸던 것 같다. 문제는 나의 실력이었다. 내가 잘 하면 할수록 내 권한도 함께 올라가는 것이었는데, 이 과정으로 가기 위해서는 노력대비 성과가 나지 않는 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투자에서는 노력대비해서 큰 리턴이라는 당근으로 잘 이겨내고 버텨나갔지만, 회사생활은 충분히 겪지 않았던게 이직하고 나서 고생한 화근이 되었던 것 같다.

어짜피 내 삶은 아이가 자립할때까진 회시원과 투자자로서 두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내 삶을 지탱해주고 지지해주는 투자동료들과 아내와 궁시렁 거리면서도 손을 뻗어주는 작은 고마움을 베풀어준 분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5. 하산하고 내려와 산채정식을 먹었는데, 향긋한 나물의 향기가 하루의 피로를 씻어줬다. 말린나물이 아니라 푸릇푸릇한 생나물을 살짝 데쳐서 무쳐서 내주는 곳이다.
한참 제철인 나물 하나하나 다 설명해주시고, 먹는 사람들이 황송해할만큼 친절하게 반찬을 더 갖다주고 부족한것 없냐고 몇번을 물어보시고 나물하나하나 원재료 맛을 살린 신선한 것들에 된장찌개 맛도 너무 훌륭해서 감사한 마음에 상호를 남기려 한다. 

오대산 가마솥 식당(333-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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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