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 전이었던가, 일요일밤에 내일 출근은 어찌하나 하며 보았던 다큐에서 히말라야 산맥의 소금샘에서 나오는 짠물을 물지게에 지고 퍼올린다음, 햇볕에 말려서 핑크솔트를 만드는 티벳 처자가 나오는 다큐를 본 적이 있었다. 그쪽은 모계사회라서 남자가 여자를 선택하는게 아니고 여자가 남자를 선택해서 아빠가 다른 아이를 여자들이 키우는게 자연스러웠고 여자가 생계를 꾸러나가는게 일반적이라 했다.
아직 젊은 나이긴 해도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고산지대에서 진흙으로 둑을 막고 물을 증발시켜 소금으로 만드는 과정은 정말 험하고 고된 일로 보였다. 그 와중에 큰 물이 들어서 소금만든게 모두 휩쓸려가는 재난을 겪기도 하는데 그 다큐를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그 재난을 겪고 복구하면서도 삶을 긍정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 사람들은 담담하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남자에게 청혼을 하고 결혼을하여 가정을 이루는 것이었다.
가장 마지막에 나레이션에서 그렇게 힘들지만 왜 살아갈까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돌아온 대답은
"가족들을 위해서에요 가족은 사랑으로 이뤄진 결정체니까요"라는 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랑이라 함은 다른게 아니다.
내가 어떤 사람을 사랑하는지 사랑하지 않는지 판단할 수 있는 간단한 기준이 있다. 내가 마주한 사람이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고, 그 사람이 정말 기뻐할 일이 있을때 진심으로 내 일처럼 축하해줄 수 있을까 하는 것 말이다.
어설픈 사랑과 잇속으로 상대하는 노련한 기술은 짠물에 담겨있는 소금처럼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나면 드러나는 것이다.
내일 출근은 어찌하고 일은 어찌 끝내나 하다가 문득 히말라야 핑크솔트에 배어있는 담담한 사랑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나는 밤이다.
(다시 한번 봤는데 모계사회 티벳 이야긴 다른 다큐와 기억이 섞인것 같다. 그래도 다시 봐도 뭔가 뭉클한게 느껴지는 좋은 다큐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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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