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인 둘째와 함께 '인사이드 아웃 2'를 보았다. 큰애가 지지난주에 보고 오더니 '불안이'가 아빠 같다고 하며 아빠는 꼭 봐야 한다고 추천해서 벼르다가 집에서 뒹굴거리던 둘째를 데리고 영화관에 갔다. 이 영화는 사춘기에 다다른 제이미의 뇌에서 자아상이 생겨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혼란과 갈등을 다룬 이야기다.
자신에 대한 외부의 기대를 자기에게 내면화하는것, 살면서 외부의 동기가 자신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과다하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곤 한다. 타인이 바라는 나의 모습이 너무 이상적이면 자아는 그 이상적인 모습을 현실에서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늘 좌절과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전작에서는 감정을 의인화한 캐릭터와 뇌의 기억저장소를 보여주는 컨셉과 캐릭터간의 갈등에서 재미를 선사했다면, 이제는 사람이 사춘기로 성장해가면서 타인과 어울려 자아상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그려나가고 있다.
전에는 어린이용 감동이라는 느낌으로 신선하다는 느낌으로만 봤는데, 이번에는 불안이 모든 감정을 막아버리고 모든 가능한 경우에 대해서 대비하고 혼자 생각하고 혼란에 빠지고 좌절하는 모습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다.기쁨이가 자신이 늘 그 감정을 유지하는데 얼마나 힘든지 아냐며 좌절감에 주저앉는 장면, 불안이가 계획대로 되지 않자 혼란에 빠져 폭주하는 부분에서 어딘가 최근의 내 모습이 겹쳐져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늘 뭔가 (그러지도 못할걸 알면서도) 꼭 잘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알 수 없는 기준에 맞춰 나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실망하며 많이도 상처를 받는 나와 내 또래의 이웃들을 위한 영화가 아닌가 싶었다.
나만의 방식으로 사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타인의 공감을 얻고, 타인의 주의를 끌고 하려는 욕구를 충족시키며 사는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 감정을 추구하다보면 사람을 공허하게 만들기 쉽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자신의 감정이 어떤 마음이 동하고 있는지 알아채고, 그것을 갈망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깨달으며,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것이 SNS의 시대에는 더욱더 필요해지고 있지 않나 싶었다

인사이드아웃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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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