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나이트'를 봤다.넓은 황무지와 숲과 늪지대를 지나쳐 녹색예배당까지 가는 여정은 숨막히게 아름다웠다.
맨날 우주에서 날아온 외계인이나 미친 과학자와 싸우는 단편적인 영화를 십년이나 본 탓에 이런 대사도 없고 자연광원주의 촬영으로 어두컴컴한 가운데 묵묵히 길을 나서는 기사의 모험담을 오랜만에 보았던 것 같다. 영화를 보는내내 영화에서 보여주는 비유와 상징을 곱씹으며 보게 된다. 
운명은 정해진 것인가, 내가 선택하는 것인가?
내 목이 베어질 크리스마스 날을 잡아두고 내 목을 벨 큼직한 도끼를 메고 녹색기사를 천신만고끝에 찾아가 덤불에 휘감겨 잠든 녹색기사를 잠에서 깰 때까지 기다리는 장면은 하나의 은유라고 하기에도 참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영화란 연속된 그림으로 쓰여진 소설이라는 측면에서, 이 영화는 비유와 상징이 직조된 영상으로 쓴 시와 같다는 점에서 20세기 시네마키드들을 열광시킬만한 영화 같다.

거웨인이 하염없이 어딘지도 모르는 녹색예배당을 향해 하염없이 걸어가는 모습을 롱테이크로 따라가는 장면은 머리속에 꽤 오랜동안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극장에서 봤어야 했는데 아쉽다.
(사족:이 영화는 대중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이 영화를 보면 졸릴 수 있습니다. 저에게 재미없다고 항의하심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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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