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늦은 2025년 결산
2025년 결산을 세 가지 버전으로 옵시디언에 썼는데 네 번째 버전을 쓰게 된다. 회사를 나오기로 하고 자존감이 지하를 뚫고 내려가는 시기에 투자와 투자인간관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답시고 여기저기 모임에 자리를 잡고 튕겨나가는 사람들에 신경쓰고 어찌저찌 글을 안썼더니 뭔가 정리가 안되고 있다.. 2년정도 미룬 일기를 모아서 쓰는 느낌이다. 이직한 다음 친한 친구들에게 별반 연락도 하지 못하고 이직한 직장에서 적응하는 것처럼 마음도 몸도 바쁘고 부산한 한 해였다.
2024년 겨울로부터
큰아이가 24년 수능을 망치고 돌아오자 집안 분위기가 물속처럼 침울하게 가라 앉아 일년이 집안이 물속같았다. 재수를 하기에 아이가 체력이 부족하단 생각으로 PT를 시작하고 종합반같은곳보다는 독학 재수학원을 등록했다. 아침을 간단히 먹이고 보내고 돌아오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이가 재수하면 부모도 재수한다는 말을 실감했다. PT쌤에게 아이 컨디션에 대해 들어볼때에, 주변에 대학가서 잘 다니는 저보다 못했던 친구들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으며 더 열심이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하거나 점점 운동도 열심이하고 공부도 열심이 하고 있다는 이야길 들으면서 조금씩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아이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돌아와 쓰러져 잠드는걸 보면서 일년동안 마음을 졸이며 내 삶에 보다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집에서 틀어박혀서 봄이 왔다고 노들섬을 갔다. 왜 집에 쳐박혀서 봄이오는지가는지도모르고 지내다가 버스 열정거장만 가면 있는 노들섬을 출근길에 오가면서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의도에서 63빌딩이 보이는 노들섬의 서쪽끝에 앉아서 이제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내 투자인생에 이런 좋은날씨에 하루라도 그냥 앉아있을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후에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분들과 노들섬에 몇번이나 다시 왔을정도로 올해의 장소라고 할 수 있을듯하다.
돈벌면 뭐할거긴요 주식 사야죠
선배의 권유로 국내주식 위주의 온라인스터디, 후배의 권유로 해외주식 스터디에 들어갔다. 그 밖에 우연히 들어간 온라인 주식대화방에 들어갔는데 S사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현업이 잔뜩 활동중이라 여기서 반도체에 대한 현장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약간은 알려진 유별난 닉네임을 쓰고 있기 때문에 부담없이 부캐나 본명으로 활동을 하기로 하고, 같은 스터디 소속으로 나를 아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런거 알아도 모른척하고 하자고 단단히 이야길 했다. 들어가서 나를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평소처럼 종목 발표를 하고 종목뷰를 이야기하고 다른사람 발표에 피드백을 했다. 평소에 나와 투자이야길 자주 하던 동료들도 이 모임에 불러들여서 놓으니 한꺼번에 정모를 하는 기분도 들곤한다.
상반기는 방산과 원전의 이어달리기가 성공하면서 뭔가 실마리가 풀리는 것 같았다.
투자, 여름이후
투자 카톡방의 반도체 현업의 권유로 러닝을 시작했다. 데일리스터디도 집중적으로 하게 되었는데 양을 채우기위해 IR녹취록도 듣고, 콥데이도 부지런히 다녔다. 바람의서님이 콥데이 일정표를 가끔 올려주셔서 콥데이하는 날은 명함을 들고가서 직접 IR담당자에게 질문도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올해 성과에 지대한 도움을 받았다. 가는곳마다 여시아문님이 계셨다. 어디가던 열심이 살아야 한다는걸 배웠다.
여의도에 자주 들락날락 하면서 형님따라 식판밥도 많이 먹어보았고, 콥데이에 갔다가 기관대상 IR이라고 진입한 다음 쫓겨나기도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네임드 투자자들을 먼발치에서 실제로 보기도 했다. 다들 나빼고 이렇게 살고 있었구나 그랬구나. 그김에 반도체 전시회 방산전시회 탐방.. 안하던짓을하려니 몸과 마음이 분주함이 이루말할수가 없었다 인공지능이 없었다면 이런걸 정리나 할 수 있었을까.
원전 다음은 전력기기 기판과 반도체로 하방변동성을 어느정도 막아낼 수 있었다. 다음이 문제였지만 크게 문제될 일은 없었다. 다음으로 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가을이 오기직전에 보성과 지리산 천은사와 화엄사에 갔고 수능다음날은 부산엘 갔다. 차박을 처음으로 했다. 첫날은 보성만에서 하룻밤을 자고 둘째날은 여수 국가정원에에서 자리를 잡았다가 너무 밝아서 지리산 천은사 주차장에 차를대고 잠을 청했다. 천은사를 둘러보고 화엄사에서 전에 가보지 않은 진신사리탑에올랐다. 가는길은 흐리고 비가 흩뿌렸는데 돌아오는 길이 개어서 좋은 예감이 들었다. 갈비방 부산모임은 투자에 진심인 분이 피와 땀과 눈물로 일가를 이루는 모습을 지켜았던 것이라 투자에대해서 깊이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되었다. 용기를내자 용기를.
겨울
어떻게 살아왔는지 달려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IR에 많이 갔고, 겨울들어서는 탐방도 가보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계기가 있었다. 가까운 분들에게 전처럼 마음을 쓰지 못한게 걸릴뿐, 일년동안 부지런이 잘 산 것 같다. 결혼 20주년이라고 금반지를 했다. 금값이 비쌌지만 아내가 무척 좋아했던거 같다. 글을 더 쓰면 끝이 없을것 같다.
큰 아이 수능을 보는날 모든 식구들이 아침에 일어나 차에타고 수능 시험장에 갔다. 나도 아내도 막내도 시험장으로 걸어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아내와 막내도 아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겠지). 큰아이가 차에서 내려서 우리의 격려와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걸어서 가는걸 지켜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년동안 온 가족이 큰 산을 함께 넘는 기분이었고, 수많은 사람과 노력과 기도와 바람이 너무나 두껍고 빡빡하게 적은 책이 마무리 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시험이 어렵다 했지만, 어쩌면 우리는 다음은 아주 멀리 나아갈 수 있게 될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책쓰려고 주식하나 돈벌려고 주식하지'
아들은 아들대로 나도 일년동안 닥치는대로 살았다. 페북에서도, 블로그에서도, 텔레그램에서도 내가 누굴 만나고, 어디를 가고, 무얼 먹고, 어떤주식을 공부하고 사고 팔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거의 적지 않았다. 그냥 올해는 모임마다 발표한 리포트 열 네편정도가 남은 해였다.
투자는 현대 로봇과 의료기기회사로 하반기 마지막을 그럭저럭 하방변동성을 막아내면서 다음해로 넘길 수 있게 되었다. 메인계좌는 태어나서 가장 높은 수익룰을 올린 해였다. 다만 아쉬운점은 다른 계좌는 장기계좌랍시고 방치하거나 실기하면서 멍청한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종혁이는 나와 아내와 상의해서 정시 원서 세 장을 냈다.
이제 모든게 끝났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
2024년으로 다시 돌아가고싶지 않다. 아무런 소원도 후회도 없는 해였다
올해 처음부터 끝까지 튕겨나가지 않게 손을 잡고 어깨를 걸고 묵묵히내내 큰 언덕과 산을 오르는 길을 견뎌낸 가족들
유익하고 재밌게 투자하시는 형님, 탑다운 투자의 동료 호균님과 펀드이지방 멤버분들, 내게 등대이자 나침반같은 동료이자 선배인 채진, 성욱, 승선, 광수님 나의 투자깐부 영민, 정철, 항기씨와 니커님과 모소대니무님과 강성민님, 자주 연락드리지 못해 죄송한 철광형, 성진형님 가치삶형님, 서병수님, 항상 저에게 생각하고 산책하고 이야기를 나눌 여유로운 시간을 내주시는 문샷방 형님들, 존경하는 갈비방 30명의 형님들과 후배님들과 여시아문님과 시너지투자클럽, 테크밸리 손정우님과 여러분들, 정민님 간스님 텔레그램 운영자들, 그리고 제 일을 자신의 일처럼 염려해주신 키퍼님, 듬직한 술친구인 현규님과 위안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감사의 글을 쓰자니 내 투자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고 덕에 돌아가고 있는지 너무나 아득한 마음이 든다.
부족한 저와 투자를 이야기하고 나누고 있는 모든 동료들과 제 글을 읽으시는 모든분들.... 이렇게 쓰려니 다 빼먹지 않으려고 쓰다보면 끝도없을것같이 많은 분들께 헤아릴수 없는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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