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예쁜 꽃같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식구들과 갔던 남한산성 올라가는길에서 눈에 띄게 아기 주먹만한 예쁜 꽃이 피어있었다. 누가 심거나 가꾸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아 참 예쁘구나 하는 생각과 누군가 저 꽃을 꺾어서 사라지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지나쳤다. 
그녀가 유명을 달리한지 며칠이 지나도록 뭔가 쓰려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지지난주였던가 누군가 메신저로 설리의 가슴이 보이는 방송캡쳐화면을 보내줘서 든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참 예쁘고 곱구나, 저것때문에 상처받을텐데 하는 걱정 두가지 마음이었다.

사람들은 그녀가 브라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비난했다. 그래도 굳세게 자기가 하기 싫다는거 하지 않고 저렇게 행동 하나하나를 세상에 관심사로 만들어내는 '관종'이라는 것도 보통사람은 상상도 못할 스타성이 있다는 것이기에 그녀가 늘 꿋꿋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팬도 아닌 멀찍이 바라보던 사람으로서 응원하고 있었던 차였다.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는게 한국에서 이토록 큰 용기가 필요하구나. 그게 비난거리가 될 수 있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달리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인터넷에 나갔다.

한국에서는 오랜시간동안 '다름'과 '틀림'을 혼동해서 써왔다. 요즘에야 너랑 나랑 틀려 라고 이야기하면 어법이 틀리다고 지적이 들어오지만 90년대즈음에는 다름과 틀림을 흔히 동일한 뜻으로 쓰곤 했다. 설리가 길가에 홀로 핀 어여쁜 한 송이 꽃처럼 위태롭다는 생각이, 그 꽃이 스스로 져버렸다는 생각에 그 날이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난장판으로 기록될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일이었기에 나는 혼란스러웠고, 어지러웠으며 역겨웠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좀 지나서야 마음을 추스리고 그녀를 위해 이렇게 글을 쓴다.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울 꽃다운 나이의 그녀가 죽음을 앞두고 서럽고 아팠고 우울했을까 안
타까운 생각이든다.
최진리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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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