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알만큼 알았다고 자만하며 놓았던 육아책을 다시 집어듭니다. 부모역할훈련이라는 책인데 사두고 읽진 않았어요.
사실 우리가 아이를 키울때 겪는 어려움은 곧 인간관계의 어려움이죠. 일방적 사랑, 권위, 대화의 부족, 욕구불만등 모든 심리상의 불안과 불통이 백지상태에 있는 아이들의 마음에 여러가지 흔적을 남기게 되고, 이 '흔적의 그물'에 아이의 마음은 그물에 미역이나 굴처럼 쑥쑥 자라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관계는 더 많은 사랑을 주고 덜 받는 갑과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을로써 강약관계가 나타나게 됩니다. 늘 을로서 어떻게 사랑을 받을까 고민하던 사람이 절대적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쪽으로 상황이 반전되면 혼란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일방적인 방식의 어려움에서 인간관계의 절대적 갑으로서 얻어지는 우위적 지위에 대한 불안이 육아에선 통제받지 않고 그대로 표출되기도 하죠.
자기자신에 대한 불만족, 이상적인 자아에 대한 불확실한 접근, 아이의 충동해결과정에서 불완전한 의사소통으로 인한 상처등등등..은 부모와 아이들에게 서로 상처를 안기기도 합니다.

사람의 모든 문제는 두가지로 귀결됩니다. 하나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희소자원인 시간과 관계된 문제이고 또 하나는 수없는 사람들과 한정된 시간안에서 맺어지는 관계맺기:사랑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이 두가지 문제에 비하면 금전적인 문제는 부차적인 것입니다.

인생이 유한함을 깨닫기 시작하면 그땐 어른이 된 상태입니다. 어떻게 시간을 쓸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고 그 시간안에서 모든 욕구를 해결해야 합니다. 인생의 목적이 그 시간안에 이뤄지면 행복하게 되는것 아니겠습니까. 철이 든다는 것은 시간의 유한성을 깨닫는 것입니다. 사람은 그래서 사랑하면서 성장하는 것입니다. 친구를 만나고, 이성을 만나고, 아이를 키우고..
결국 세상에서 사랑받는 길은 자신을 자신을 사랑할때 안정상태에 도달하게 됩니다. 자신을 사랑하게 되면, 자신을 제대로 알 수 있게 되고, 그 욕구를 파악하게 되고 자신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어떤일을 해야 하는지, 그 자신의 욕구와 타인과의 욕구의 충돌을 조화롭게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심상이 안정된 사람은 사랑을 베풀줄 알게되고, 사랑을 받을때 잘 받게 됩니다. 

육아는 기다리고 참고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또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이라구요. 늘 조바심내며 걱정하다가 어느새 불쑥 내가 생각한것 이상으로 자라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이들은 쉴틈없이 자라고 어른들은 그 성장을 뒤늦게 불현듯 느낀다는걸 새삼 깨닫습니다.
아무리 부모가 영향을 미치더라도 사람은 그래서 자신이 살고싶은데로 향하게 됩니다. 결국엔, 결국에는 말이죠. 문제는 그 자신이 원하는게 확실한 자신이 생각이 아닐지라도, 부모나 선생님의 표정과 말과 행동이 방아쇠가 되는 경우도 많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아빠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야길 합니다. 그냥 무심코 넘길 일은 아닌가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혹시 나는 아이에게 말로는 사랑한다 말하면서 이맛살을 찌푸리거나 아이에게 부정적인 언사를 한게 아닐까?
다시 육아책을 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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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