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척간두(百尺竿頭)
동산 스님께서 노보살에게 한생각 바꾸면 나날이 좋은 날이 된다고 하니, 노보살이 동상 스님에게 깊이 합장을 하고 물러갔다.

노보살이 물러간 뒤, 옆에서 자초지종을 지켜본 한 수좌가

"스님, 말은 쉬워도 실제로 생각을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생각을 바꿀 수 있습니까?"

하였다. 이에 동산 스님께서

"백척간두 (百尺竿頭)에서 진일보(進一步)하라."

하셨다. 글자 그대로 새기면 백척간두는 백 척이나 되는 대나무 끝이다. 진일보는 그 높은 대나무 끝에서 한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마치 벼랑 끝에 겨우 버티고 서 있는 사람에게 앞으로 나아가라는 것과 같다. 백 척의 높은 대나무 끝에 매달려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사람에게 대나무를 놓아버리라는 말이다. 허공을 나는 재주가 없는 다음에야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다가는 죽음뿐이다. 그러니 동산 스님의 말은 그 죽음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죽음 속으로 뛰어들지 않으면 한 생각 바꿀 수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불교 월간잡지 중에서-

[3]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사극으로도 인기를 끈 최인호의 <상도>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거상 임상옥은 북경의 중국 상인들로부터 불매동맹의 위협을 받았다. 그는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어떻게 넘겨야 하는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으나 명쾌한 해답이 보이지 않았다. 마침 연하의 벗 추사 김정희가 북경에 있었기에 임상옥은 술병을 들고 그를 찾아갔다. 취기가 오르자 임상옥은 추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보게 김 생원, 어떤 사람이 지금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올라서 있네. 오도가도 할 수 없고 꼼짝없이 죽게 되어 있네. 그러하니 그 사람이 어떻게 하면 그 백척간두에서 내려올 수 있겠나?"

추사는 "백척간두에서는 내려올 수 없소"하고 답했다.

"그러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백척간두에서 내려올 수 없다면 그 장대 끝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날 수 있겠는가"
"백척간두 끝이라도 살아가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요"

임상옥이 그 방법을 묻자 추사는 백척간두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이 한 가지 뿐이라며 붓을 들어 종이에 썼다.

"百尺竿頭進一步十方世界現全身(백척간두진일보 시방세계현전신)"
"백척(百尺)이나 되는 장대 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라, 그러면 비로소 새로운 세계가 그 모습을 보일 것이다"

글을 본 임상옥이

"백척간두 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그것이야말로 죽음이 아닌가?"

하고 되묻자 추사의 대답은

"죽음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오직 죽음뿐이오"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살아날 수 있는 길을 알게 된 임상옥은 그 길로 처소에 돌아가 조선에서 가져온 인삼을 모아놓고 불을 지르는 일대모험을 감행하였다. 인삼이 불에 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중국 상인들은 값을 올려줄테니 제발 불을 꺼달라며 사정했다. 임상옥은 죽기를 각오하고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내딛음으로써, 가져온 인삼들을 원하는 가격으로 팔아치울 수 있었다.

-건강한 사람들에서-

http://spin.yonsei.ac.kr/solwind/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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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