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맏아들과 함께 관악산에 올랐습니다. 따뜻한 꽃 봄이라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갖춰집은 사람들과
하늘하늘한 봄옷을 입은 청춘들이 어깨가 부딪힐 만큼 산에 많이 오르더군요.

이제 갓 네 살 생일을 넘긴 아들과 손을 잡고 처음으로 단둘이, 꼭대기까진 아니지만 가파른 길 앞까지 갔다가 돌아오면서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이제 허리춤까지 자란 녀석의 키를 보면서 아이가 아빠와 손잡고 산에 갈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이가 처음 태어나고 두 돌 무렵까지 저는 제 몇몇 골치아픈 직업상의 문제 때문에 아이와 친근하게 대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습니다. 아이가 제 바쁜 삶에 참 짐스럽단 생각도 했습니다. 근데, 두 돌가까이나 되었는데 아이가 아빠라는 말을 하지 않고 잘 안기지도 않더군요.  아이들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딱 알아보게 마련이죠.
고민을 하던차에 어쩌어찌하다 세 가족이 동물원에 함께 갔습니다.  아이가 기린이며 코끼리 호랑이를 보고 너무너무 좋아해서 뒤집어 지던걸요.

집에 돌아오고 한동안 생각하는 중에 그 즈음 '지금 무엇을 해야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하던 생각에 대해 답을 하나 얻었습니다. '아이가 가장 어릴때 하는 노력이 그 아이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투자다. 주식투자 매니아인 경제적인 인간으로서 '세 살버릇 여든간다'는 속담에 근거해서 아이와 되도록 오래 행복하게 살기 위해, 인격형성에 영향을 미쳐야 겠다.'

 많은 아빠들이 어릴때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아서 뒤늦게 후회할때 아이와 말한번 건네기도 힘든 상황을 많이 들었던 터라 그때부터 축구공도 하나 사고, 아이와 박물관도 가면서 시간을 보내는걸 10년 이후를 대비한 장기투자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10년후에 아이가 긍정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제가 의도한 삶을 추구하면서 사는 것을 보면 제 투자는 성공이 되겠죠.
 
인생은 사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습니다. 언제라도 할 수 있는 일에 매달려 지금이 아니면 하지 못하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그래서 참 많이도 돌아왔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가령 학생때 공부를 더 열심이 했다면, 그때 그 사람에게 더 충실하게 할 것을, 회사에서 일할때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더 젊을때 운동해서 더 건강한 몸을 유지할것을..
대부분 어떤 '언제라도 할 수 있는' 다른 일에 매달리다가 시기를 놓치거나 더 잘 할 수 있던 일을 만족하지 못하게 마무리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유한하지 않다면 후회같은것은 없겠죠. 다시 하면 되니까요. 
 
투자를 시작하고 시간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의 대부분은 사실 시간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입니다. 어떤일을 언제 어떻게 할것인가는 항상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우리가 후회하는 문제들은 대부분 제 때 제대로된 결정을 못했을때 일어나는 것이고, 이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자신의 의도대로 살지 못하게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인생의 모든 시간을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우리는 20살까지 쌓은 펀더멘탈(공부 및 학업, 인격수양)위에서 30살까지의 모멘텀(자기공부, 진로선택, 결혼)기반하에 시간투자게임을 벌이고 있는것 아닌가 생각이 들곤합니다.  
최근 3년을 어떻게 보냈느냐..
최근 5년을 어떻게 보냈느냐..
내가 한 사소한 실패를 통해 나는 더 개선된 삶을 살고 있느냐..

누가 더 충실히 시간을 보냈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잃지 않는 투자는 인생에 있어서도 해당되는데 실패에서 얼마나 배우느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느냐는 것이 인생을 허비하지 않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인생의 가장 중요한 해답은 대개가 책속에 있습니다. 제 허접하고 군더더기 말을 간결하게 써낸 톨스토이의 글을 인용합니다.
 
니콜라이라는 소년이 살고 있었어요. 니콜라이는 어떤 행동이 올바른 것인지 궁금할 때가 많았어요.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 니콜라이가 친구들에게 말했어요.
"내게 세 가지 질문이 있어.” 니콜라이는 계속해서 말했어요. “그 답을 알 수만 있다면 언제나 올바른 행동을 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아.”
1.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일까?
2.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3.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
거북이 레오가 말했어요.
“기억하렴. 가장 중요한 때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란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너와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거야. 니콜라이야, 바로 이 세 가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란다.”
“그게 우리가 이 세상에 있는 이유야.”

레프 톨스토이-세 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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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