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us Chun - 무형자산 유형자산 님 페북글에서
#변동성

파생상품 중에 옵션으로 돈 버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다. 트레이더 출신으로서 오늘 다 알려드리기로 한다.
그것은 옵션으로 돈 잃기가 매우 쉬운 이치와 같다. 매우 쉽게, 매우 높은 확률로 어떤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은, 그 이유를 정확히 파헤치면 파훼도 가능하다는 뜻이 된다.
여기서 '생각보다'라는 표현을 한번 짚고 넘어가자. 어떤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옵션 계좌 1만개당 누적으로 수익이 난 계좌는 4개 정도라고 한다. 99.96%는 손실을 본다. 이렇게 보면 엄청나게 어려운 투자 대상이다.
그러나 내가 장담컨대 10,000 개 중 9,990 개는 정확히 같은 이유로 손실이 났을 것이다. 그 행동들만 하지 않더라도, 승률은 10개 중에 4개, 40%다. 생각보다 쉽다.
그렇다면 그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상식 선에서 매우 납득이 가능한 점들일 것 같다.
첫째는 예측이 어려운 작은 시장 변화들에 너무 거대한 레버리지로 투자해서 단 한번의 실수로 게임이 끝난다는 것이다. 이런 투기적 행동은 중독적이다. 혹시 사람들도 강아지들도 특정 행동에 대한 결과가 불안정할 수록 집중력이 현저히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학습효과다. 썸남 썸녀의 예측불허한 대응, 강아지 주인의 랜덤한 포상, 대기업의 무작위처럼 보이는 보너스, 이런 것들이 그 이면의 패턴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번엔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설레임을 주면서 사람(과 동물)을 미치게 만든다. 강아지나 심지어 새들을 조련할 때도 처음엔 100%의 확실성으로 포상을 주다가 점차 포상을 불확실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러니 더욱 불확실한 베팅에, 더욱 많은 포상을 받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주사위를 던지기만 하면 만원을 받는 것보다, 주사위를 던져 1이 나올 때만 4만원을 받고 나머지는 꽝인 것이 서너배 더 자극적이다.
레버리지를 써서 코딱지만한 방향성에 일희일비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은 베팅을 한다. 레버리지가 크니 마진 콜을 당하기도 좋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옵션의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둘째는 시장 변동성에 대해 너무 과도한 기대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실존하는 변동성보다 월등히 비싼 가격이 형성되고, 그러다 보니 사면 살수록 손해인 상품이 된다. 다만 매일매일 미친듯한 변동성으로 춤을 추니 손해인걸 알면서도 '혹시나'하는 심리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비싸다는 것을 어려운 얘기로 하면, 내재변동성 (implied volatility) 즉 가격이, 실제 역사적 변동성의 평균보다 훨씬 높다고 표현할 수 있다. 실제 미래의 변동성이 내재변동성보다 높으면 옵션으로 돈을 번다. 그런데 그런 경우가 워낙 적다는 것이다, 왜냐? 엄청나게 사대서 가격을 상승시켜놨으니까. 시장이 과도하게 움직일것이라고 베팅하는 사람들이 항상 넘쳐나다 못해 지나치다. 마치 지진이 날 가능성이 연간 1%인 지역에서, 지진 보험이 보험금의 5%에 팔리고 있는 셈이다. 사면 손해고, 보험을 판매하면 이익인데 모두가 사정상 사고 있어 가격이 유지된다. 레버리지가 더해지니까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듯이 자기도 모르게 취해서 베팅을 하는 사람이 항상 수요를 폭증시키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대부분이 더욱 손실을 보는 구조다.
셋째는 과도한 손실이 날 때 대부분의 사람이 현실도피를 한다는 점이다. 이건 옵션을 매수하던 매도하던 레버리지가 크면 똑같은 일이 발생한다. 정신이 얼어버린다.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돼! 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투자한 모든 종목이 상장폐지를 겪는 황당한 사태를, 100배 더 강렬하게, 100배 더 빨리 경험하는 것과 비슷하다. 레버리지가 높다는 것은 내가 가지지 않은 자금을 수십배 빌려서 투자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는 의미 아닌가. 인생에 한번 경험하기도 힘든 '폭망'을 너무 순식간에 경험하면, 마치 브레이크 한번 밟았다가 72중 추돌사고를 일으켰을 때와 같은 황망함이 들이닥쳐 할 말을 잃는다. 그리고 그 황망함을 다스릴 틈도 없이 최악의 경우에 마진 콜 즉 강제 청산이 발생한다. 옵션은 항상 대다수의 투자자가 강제 청산을 당할 때까지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재귀성 (reflexivity) 같은 것이 악성 피드백을 일으켜 두꺼운 꼬리를 강제로라도 발생시킨다. 그러니 정신이 얼어버리는 류의 사람은 99%의 확률로 마진콜을 경험하고, 이 때 리스크 관리가 불가능해진다.
간단히 말하면, 지나치게 예민하고 무의미한 시장 방향성에 레버리지를 일으켜 베팅하지 아니하고, 시장의 실제 변동성은 대체로 옵션 가격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손실이 날 때 현실도피를 하지 않으면 1만 계좌 중 상위 10계좌 안에 들어갈 수 있다. 나머지는 정신적 심리적 육체적 부지런함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밌는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나는 항상 길 가던 사람 10명을 아무렇게나 뽑아서 옵션을 가르치면 4명은 돈을 벌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초심자에게 코치가 예민하고 무의미한 방향성 매매를 불허하고, 레버리지를 많이 못 쓰게 하며, 옵션 매수를 못 하게 하고, 정신이 얼어버릴 때 사용할 원칙을 가르켜 기계적으로 따라하게 하면 된다. 그러면 그 중 6명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게을러서 하라는 대로 안하고 딴 짓을 해서 손실을 볼테고, 나머지 4명은 별 일 없이 돈을 벌 것이다. 물론 리밸런싱과 진입 청산의 규칙에도 일종의 과학이 존재하는데, 알고 보면 그리 어려울 것은 없다. (알려줄 사람이 없거나 듣기가 싫어서 그렇지)
그럼 왜 트레이더들 중 대다수는 잘리는가. 역선택을 해서 그렇다. 말 잘 듣는 행인1이 아니라, 자기의 능력과 관점을 과신하고 도박을 즐기는 사람들을 채용하니까 당연한 것 아닐까.
한편 주식은 내재변동성 이슈도 없으며 멘탈붕괴 상황도 현저히 적으니 계좌 1만개가 있으면 대략 3~4천 계좌는 수익이 날 것 같다. 나머지 60%는 굳이 굳이 또 레버리지를 쓰고, 눈꼽만한 시장 변화에 과잉 반응한다고 안달이 나며, 상하방의 변동성을 확대 해석하여 오를 땐 쓸어담고 빠질 땐 다 털어버리며, 과잉 투자했으니 불필요한 멘탈붕괴 상황을 사서 만든다. 필패의 패턴을 굳이 어렵게 재현해서 고스란히 반복하는 것이다.
희망은 있다. 내 본능이 필패를 이끈다면, 그 본능을 잘 분석하여 파훼하는 것이다.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솔직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본다. 한편, 남는 돈으로 잘 분산해서 대충 장기 투자하면 누구나 필패의 구덩이들을 아무렇지 않게 피해갈 수 있게 된다. 골 때리는 것이다.

https://www.facebook.com/juliuschunpage/posts/470830751301111

 

로그인 또는 가입하여 보기

Facebook에서 게시물, 사진 등을 확인하세요.

www.facebook.com

 

반응형
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