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차례를 지내고 있는데 함박눈이 느릿느릿 내렸다.
어머님이 본가 오기전에 PCR검사를 다 받고 오란 이야길 듣고 어머니에게 사춘기 소년처럼 짜증을 냈다. 일주일전에 받고 나를 제외한 가족들이 음성나왔는데 나도 받아야 하느냐. 하며 그렇게 걱정되면 차라리 안가겠다고. 이야길 해놓고나니 영 마음이 불편한 것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차례를 지낸것 같다. 대략 20년전에는 사촌들이 모두 집에 모여서 집이 바글바글 했었다. 다들 결혼으로 빠져나가고 코로나로 오지말라고 하고는 딱 남은것은 아버지와 우리 식구들뿐이었다.
"니네들 애들 학교보내고 그럴때가 힘들긴 했어도 그때가 좋은때라고"
항상 나보다 몇살이라도 나이든 어른분들은 좀 더 어릴적에 좀 고생스럽긴 했어도 그 시절이 좋다 하신다. 대체 인생은 꼬꼬마 시절에 생각했던것처럼 점점 나아지는게 아닌지 나도 마찬가지로 삼십대 중반 아이들이 한참 뛰어다고 놀아줄 나이때 사람들을 보면 이야기하곤 한다. 아이들이 세발짝 이상 걸어갈때 손부터 잡는 나이가 얼마나 좋은 때인지 모른다고.
아버지와 어머니와 우리식구 딱 여섯명이서 차례를 지내면서 먼 미래에 이런 날이 개중에 좋을때였을거라고 생각했을 때가 올 것이라는 걸, 그게 이 팍팍한 코로나시절에에 눈이 느릿느릿 소담스럽게 오고 황급히 그 눈을 핑계로 서울로 올라온 날이어서 더 약간은 죄송하기도 하고 나중에 좀 아쉬운 날이었을 수 있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마 수십년 후엔 이런 추억을 하게 될 것 같다.
'2022년 설에는 눈이 펄펄 내렸지. 할어머니와 할머니가 코로나라면서 다른 삼촌들은 오지 못하게 했고, 처음으로 종혁이가 차례상에 술을 올린 날이었지 아빠는 이 와중에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짜증내고 사과하고 바보같은 짓을 했었지 아 그때 그러지 말걸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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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