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정리하는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잘 잡히지 않는다.

올해는 눈물을 많이 흘린 해였다. 몇 년전 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도 눈물이 안나와서 내 감정이나 눈물이 마른거 같단 생각이 든 날도 있었는데 지난 십년동안 흘렸어야 눈물보다 더 많은 눈물을 한 해동안 흘렸던 것 같다.

이번 해는 개인사에서 전보다 몇 배나 많은 변고를 겪은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는 전세계 모든 인류가 겪은 재난이니 제쳐두더라도, 같이 일하던 동료가 지병으로 세상을 뜬걸 뒤늦게 알고 사나흘을 잠을 못자고 눈물을 흘리던 날, 아내가 수술장에서 나오던때, 시장이 녹아내리며 이제 시장에 복수할거라고 주먹을 불끈 쥐던때, 오랜기간 정든 2002년식 트라제를 보내고 새 차를 받아들던 때, 회사에서 이제 겨우 간당간당 붙어있는 것을 몸으로 느낄때마다 마음에 담아두지 말자고 담담히 생각하곤 했다. 회사에서는 2018년에 시작했지만 벌려두고 마무리하지 못한채 방치됐던 산업별대출금을 올해 겨우 마무리 했다. 차세대개발로 GDP도 이제 내 손을 떠나게 됐다. 정말 2년넘게 내 영혼을 갈아넣어서 만든 프로그램과 PPT자료를 그쪽 선수들에게 설명하면서 아쉬움과 섭섭함과 함께 후련함도 느낄 수 있었다.

3월, 시장이 녹아내릴때 반등은 반드시 오고 2008년에 계좌가 녹아내릴때 반등은 성장주가 더 강력했다며 세 배 네 배 오를 주식을 찾자며 열띤 이야기를 나누던 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모임 동생에게 아이들 계좌를 맡겼는데 그 친구가 추천한 주식이 반토막이 더 넘게 손실이 나던날 전화를 해서 팔자고 한 일이 있었다. 그 친구가 흥분해서 '형이 그런 사람인지 몰랐다. 그럴줄 몰랐다고 형이 팔라면 팔겠다'고 했는데, 그 순간 이 주식을 파는 순간 나는 이 친구와 인연은 끝이구나 직감 했다.

사람이냐 손실 실현이냐. 그래서 주식을 안팔고 그냥 뭐 될대로 되라 하고 넘어갔는데 그 선택이 올해 한 선택중에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다. 올해 그 계좌와 그 친구 수익을 보면(...)

장례식장에도 못가고 동료의 무덤에 가족들과 찾아간 일이 있었다. 새 차를 몰고 가장 먼저 간 곳이었다. 그날은 유난히도 하늘이 말고 화창한 날이었는데 좁은 묘비에 사진과 다녀간 사람의 포스트잇, 불과 한 달전에 같이 밥먹던 사람이라는게 실감이 나지 않아 망연자실 하던 때가 생각난다. 삶은 유한하구나.

그래도 내가 지난 십 몇 년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잃지 않았던게 올해 그나마 내가 의지할 수 있던 가장 큰 힘이었다. 회사에서 미친듯이 내 생활도 없이 투자글을 올리고 모임을 하거나 일하던 시절에 만난 사람들은 다시 만났을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주었다. 뭔가 일이 안풀리고 안될때면 바보처럼 내것도 챙기지 못하고 아쉬운 날이 많았었지만, 그래도 그런 바보짓이 올해 나를 가장 크게 지켜줬던 것 같다.

아이들도 부쩍부쩍 사랑스럽게 잘 크고 사춘기를 무사히 지나는 중이다. 무엇보다 건강해서 가족들고 지난 나쁜시기를 지날 수 있게 해 준것 같다. 내년의 걱정은 내년으로, 내년엔 좀 더 노련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되길 빈다.

모두 감사합니다. 앞으로 다른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넓은 품을 가진 사람이 되겠습니다.

반응형
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