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가 경험한 투자들에 대해서 복기해보는 중이다. 대박과 쪽박. 다양한 산업. 나의 호기심은 산업분야를 그리 가리지도 않았다. 반도체부터 중공업까지.. 후회라기 보다 내가 그때 어떤 감정이었고, 어떤 생각으로 주식을 팔았는지 만약 그런 상황이 다시 닥친다면 어떤 걸 봐야하는지 복기중이다.
다만 오랜 경험이 성공을 담보하진 않으며, 많은 경험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수십년을 수도해도 열반에 이르지 못한 많은 수도승처럼 나도 고통받는 중생일 뿐이다.
 
쇼티지 상황에서는 공급capa가 공급과잉에서는 이익률이 헤게모니라는 글을 읽은적이 있다. 이 말만큼 주식시장을 명료하게 나타난 말이 없는 것 같다.
그간 경험해본 큰 수익과 실패를 거둔 투자는 다음으로 분류해볼 수 있을것 같다.
 
1) 매출액이 작고 이익률이 큰 회사가 매출액이 올라가는(기대감이 큰) 경우
티씨케이나 덕산하이메탈 씨젠같은경우.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도 이익률이 떨어지지 않았고 그것이 장시간 유지되어음.
BM분석과 경쟁구도 분석이 필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투자처이지만 실패하기도 쉬운 투자. 인내심과 기업분석실력이 없다면 시도할 수 없음.
필요사항:기업분석 실력과 지속적인 모니터링, 고소공포증 조심 아래를 보지 마시고 업황에 집중. 신념과 무던함과 운, 성장형 가치투자의 꽃이라 할 수 있음.
 
2) 매출과 이익이 폭발적으로 단기적으로 올라가는 회사(상황적독점)
공급부족으로 인한 쇼티지로 이익률과 매출액이 매출캐파 끝까지 올라가는 회사. 최근의 화학, 철강, 골판지등등 장치산업에서 발생. 증설발표가 피날레.
산업사이클에 따라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만 산업을 아주 잘 이해해야 가능. 추세투자는 실패가능성이 높음.
필요사항:경기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수.
 
3) 제품 라이프사이클이 성숙되어 더 이상 성장을 보여주지 않는데 신규아이템이 폭발하면서 재성장 사이클을 보여주는 회사
ex)엔씨소프트, 포스코케미칼
필요사항:산업에대한 높은 이해도 내가 주주인 기업이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사업자로서의 자존감이 필요함. 갑작스런 대박에 도망가지 말 것.
 
4) 연 15~20%대 ROE를 꾸준히 내는 회사
지루한 투자. 리레이팅될때까지 보유하는 것이 관건인 투자. 경기사이클상 이익이 정체되거나 퇴보할때 빛을 발한다.
오래보유할수록 빛이난다. 지루함이 돈이 된다.
ex)리노공업
 
5)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꿈돌이 투자
종교적인 신앙심이 강한 주가상승을 이뤄내는 기업. 이런 회사에 투자할때는 종교적인 믿음을 가진 사람들 틈에서 개종하면 된다. 단 주가가 떨어질때는 혼자 탈출하는 것이 관건
ex)고려젠이라던지, 바이노메두라던지..
투자는 실적을 타고 올라가는 성장과, 기대감만으로 가는 성장이 있으며 모든 투자자는 둘을 어느정도 혼합하여 보게된다.
많은 투자자들이 자신이 가진 주식이 성장을 해서 높은 가격에 팔릴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사지만 정말 좋은 기회는 극히 드물고, 본인의 인사이트가 있다고 해도 너무 먼저 사서 오래 기다려야하고, 투자대상을 잘 몰라서 비중이 작아서 맛만 보는 경우가 많다.
대충 시간이지나 세상이 다시 2003~2005년경부터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기시감이 매일 들고 있다. 투자판에서는 3년차 4년차 자기가 맞추었다는 투자자들의 자신감 넘치는 분석글이 올라오고, 노련한 투자자들은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는 새로운 인사이트를 다 아는 것으로 치부하고 무시한다.
 
가령 이런일이 있었다. 2001년 팍스넷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시작하고 각개약진을 하고 있었는데, 저PBR, 저PER주식이 널려있었다. IMF때 구조조정이 끝나고 빚잔치에 진절머리 난 투자자들이 다 던지고 주가는 바닥을 기고 있을때였다. 왜 이런주식을 사지 않냐고 패기넘치던 가치투자 1세대가 등장했다. 98년 IMF로 정말 많은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성장주 투자자는 거품붕괴와 함께 사라진 폐허속이었다. 챠트에 능통한 이들은 그들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살아남은 이후였다.
 
이익이 올라가자 가장 먼저 이익이 돌아서는 저PBR주식을 주워담은 역발상투자자들이 시장의주인공이 됐다. 저PBR주식이 가자 이제 PER의 시대가 됐다. 전년 실적대비 싼 주식이 각광받았다. 이제 저PER투자가 가고 지속적인 이익을 불려 내는 성장주 투자가 부각받았다. 그리고 여기까지 물이 차오르자 미래의 엄청난 성장으로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꿈을 가진 투자자들이 부각됐다. 꿈이빠르게 현실에서 돈을 벌어오지 못한다는것이 알려지자 모든 것이 허망하게 거품이 붕괴되었다. 물론 이 거품붕괴는 한 사이클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다른 주식도 연쇄적으로 같이 주저앉는 과정을 거쳤다. 결국 눈치빠른 투자자들과 운좋고 신념에 찬 투자자들이 살아남고 죽은 투자자들은 조용히 시장에서 사라져갔다.
 
미국 주식이 10년간 성장했다고 미국주식에 투자한다는류의 논리는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는 익숙하다. 과거가 미래를 담보하지 않는다. 매일 새로운 눈으로 현재를 봐야한다. 그리고 현재의 눈으로 미래를 봐야한다. 보수적인 투자를 한답시고 새로운 기회를 혐오하지 않아야 한다. 성장하는 회사 투자한다고 오랜기간 쳐박혀 있는 회사를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
 
꿈을 파는 투자자들 속에서도 정신을 잃지 않은 투자자들을 통해 가치투자는 주기적으로 재발견되었다. 왜 이런 투자를 하지 않았는지가 아니라 모든 투자자가 대멸종을 한 뒤에야 모든 투자 스타일은 하나씩 자신만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당신이 20년정도를 투자할 수 있다면 20년마다 반복되는 이 아수라장을 기시감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잘 생각해보니 그렇다. xx투자를 해서 성공한게 아니라 돌고도는 유행속에서 목숨을 보존한 투자자가 운때를 만나 성공하는 것이다. 다만 욕심에 자제심을 잃곤 하는 투자자보다 잃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한 투자자가 더 결과가 좋았다는 것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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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