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입시박람회를 다녀온 날
사는 이야기/아이키우기 :
2024. 7. 27. 22:48
아내와 입시박람회에 다녀왔다. 명문대 입학사정관 출신인 투자 모임 후배와 아들 입시 관련 대화를 하다가 이런 박람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금요일에 예약을 하려 했지만, 이미 예약이 모두 매진된 상황이었다. 토요일이 마감이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아내와 함께 주말에 가려고 했다. 금요일에 기사로, 코엑스에 전국에서 모여든 학부모들과 아이들로 줄이 굽이굽이 수백 미터나 늘어선 것을 보았다. 아침에 나서면서도 어제 보았던 긴 줄이 신경 쓰였고 걱정이 되었다.
아내와 외출 준비를 하면서, 어차피 줄도 길고 상담도 힘들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내가 헛걸음하면 어쩌냐는 이야기에 나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들이 대학을 간다는데 예약이 다 차고 상담 못받으면 문설주에 대고 절이라도 하고 와야지!"
까짓거 팸플릿만 들고 오자는 마음으로 차를 몰고 코엑스에 도착했다. 현장 티켓 구매를 하려고 두리번거리다가 지나가는 여자분에게 어디서 현장 예매를 하냐고 물었더니, 선뜻 자기 남는 티켓 두 개를 건네주셨다. 이게 무슨 행운인가 싶어서 배꼽 인사를 하고, 티켓을 두르고 입장했다. 예상했던 긴 줄은 없었고 아들 점수대에 맞는 대학 몇 개만 빼고는 일단 상담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임선생님과 초벌 상담 시간에 이야기 나온 곳들을 한번씩 입학사정관과 상담 예약을 했다.
상담 시간이 두 시간이나 떨어져 있어 기다리는 동안 아내와 점심을 먹었다. 아내와 둘이 코엑스를 함께 돌아다닌 게 십 년도 더 된 것 같다. 아이들이 다 커서 대입을 준비하는 학부모로 오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첫 상담한 곳에서는 마침 큰아이의 고등학교 선배가 배정되어서, 그 학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닌, 우리 아이에게 맞춘 팁을 이야기해주었다. 우리 아이가 좋은 운이 따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입학사정관들의 태도를 보고 아이의 성적을 보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라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가 어느 정도 구분되었고, 몇 번의 상담으로 어느 정도 감이 섰는지 아내가 이제 그만 가자고 해서 코엑스를 빠져나왔다.
고생하는 아들을 위해 아빠로서 무언가를 할 수 있고, 마감된 티켓을 보고도 문설주에 대고 절이라도 하는 마음으로 간 곳에서 작은 선의를 베풀어준 분들 덕분에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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