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를 들고 큰누나 친구라며 넉살좋게 청주에와서 하룻밤 자고가는 길손이었던 누나가 있었다. 이름은 선경누나. 우리끼리 부르던 애칭으로 SK누나라고 불리웠다.

직업은 만화가지망생 이였으며, 서울에서 따로만나 그당시 진행중이던 청춘사업(지금 나의 아내가 된 사람)의 걸림돌이었던 종교문제라던가 별로 안좋게 여겨지던 첫인상등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길 했던 적이 있었다. 난 전화기에 SK누나의 전화번호를 입력했고, 결혼은 했지만 연락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 7년은 지난듯하다. 누나는 만화를 그리는게 힘들다고 했다. 연재를 하던 잡지에 연재가 끊기고, 동화책 삽화도 지겹다고 했다.  

채민 누나가, SK누나가 만화책을 냈다. 내가 아는 사람이 책을 낸 경우는 두가지로 늘어났다. 하나는 돈을 엄청 많이 번 투자자이자, 자신의 프로필 관리를 위한 것, 또하나는 작품활동을 시작한경우. 채민님의 책은 후자, 그것도 요즘 한국의 만화가 일본만화에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상업만화는 예전의 골계미가 사라져버렸다. 이 책은 20대와 30대의 감수성을 되살리면서 2010년 한국의 우울한 청춘의 자화상을 가감없이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우울한 우리네 생활을 보라. 이것이 우리의 삶이다. 환상도 낭만도 없는 이 세상에서 꿈꾸게 하는 것은 사랑뿐이라.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멈추지 않는 용기가 이 책의 우울함뒤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
아우라처럼 빛내고 있다.
그간 글짓기와 그림그리를 하며 면벽수련하신 SK누나의 출간을 뒤늦게 축하한다.

아니 축하해 누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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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