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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Shift'
이렇게 부르면 될까? 
이렇게 표현하면 될까? 
지금 일어나고 있는 매우 희한한 상황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어떤 말'을 만들고 싶다. 새로운 말을 만들고 싶을 정도로 지금 매우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제 미국과 유럽의 10월 Flash PMI가 발표됐다. 10월 Flash PMI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제조업 PMI(Manufacturing PMI)'가  미국은 21개월래 최고 수준, 유럽은 26개월래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제조업 PMI는 말그대로 제조 업체의 구매 담당자들에게 앞으로 '원자재 구매량'을 늘릴건지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한 결과다. 세부적으로 신규 주문, 생산 상황, 재고(수주 잔량) 등등에 대해 물어보지만, 결국 이러한 모든 것에 대한 답은 '원자재 구매량'을 늘릴건지 말건지로 귀결된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의 제조업 PMI가 COVID-19 확산 사태에도 불구하고, 거의 2년래 최고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게 뭘까?
분명히 COVID-19에 따른 실업률 증가와 Lockdown 등으로 소비 여력이 축소되고 있는 거 아니였나? 그래서 집에서 Youtube나 Netflix로 시간을 보내면서 COVID-19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것 아니였나? 이번주에 발표된 1) 10월 Flash PMI, 2) 글로벌 석유화학 업체(Dow)와 타이어 업체(Michelin)의 3분기 실적 발표, 3) 2020년 미국 신차 판매량 비중 변화를 보니, 내가 별 생각 없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의 현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 같다. 
일단 미국 상무부에서 10월 1일에 발표한 미국 가정의 월간 소비액을 보면, 2월 대비 8월에 금액이 증가한 것은 내구재(가전 제품, 자동차, 가구 등)와 비-내구재(옷, 화장품, 식자재 등) 뿐이다. 서비스 지출은 오히려 줄었다. 계절성을 감안한 수치다. 즉, 소득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 분야 지출을 줄이고, 제조업체들이 생산하는 내구재와 비내구재 소비를 늘렸다. 
응?
COVID-19 확산에 따른 소비 감소 상황 아니었나? 대형 마트나 백화점 가는 대신 택배 주문을 늘리고, 마스크나 위생 장갑을 사는건 이해하겠는데, TV를 사고, 냉장고를 사고, 가구를 사고, 자동차를 산다고? 
10월 22일 발표된 Dow(옛날 Dow Chemical)의 3분기 실적 발표 자료를 보자. 3분기부터 Dow의 전 사업 분야에서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1회 용품/택배 증가에 따른 Packaging 부문의 판매량은 3분기 누적 기준으로 YoY +1%를 기록했다. 이건 당연히 그럴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가전 제품, 자동차, 가구 등의 생산에 주로 쓰이는 폴리우레탄, 실리콘(Silicone), 페인트 등의 수요가 늘면서, 산업재(3분기 YoY +23%), 코팅&실리콘(3분기 YoY +8%) 부문도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났다. 전분기 대비가 아니다.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늘어났다. 
에이, 뭐 상반기 내내 살 수가 없었으니, 밀리고 밀렸던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시적인 현상이다. 주문의 불확실성도 높다. 따라서 신중하게 재고 관리를 해야 되는 요즘 같은 분위기에 제조업 PMI가 저 정도로 올라가지는 않는다.  특히 한 두 푼 하는 것이 아닌 자동차는 더욱 그렇다. 
그런 맥락에서 미쉐린이 10월 22일에 발표한 3분기 세계 지역별 타이어 판매량을 보자. 전세계적으로는 3분기에도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타이어 시장은 확실히 살아나고 있다. 승용차 뿐 아니라 대형 트럭 시장도 확실히 살아나고 있다. 
특히 세계 제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3분기 신규 트럭용 타이어 수요가 YoY +58%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 중국 안에서는 원자재를 실어서 부두에서 공장으로 나르는 트럭이든, 최종 제품을 부두에서 실어서 대도시의 유통 업체 창고로 나르는 트럭이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을 미쉐린에서도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2020년 세계 타이어 판매량 가이던스도 상향했다. 
뭔가 전체적인 흐름이 맞아 들어간다. 내구재/비내구재 소비가 COVID-19 확산 이전보다 늘어나고, 제조업 PMI가 2년래 최고치로 오르고, 물건을 실어나르는 트럭용 타이어 수요가 '세계의 공장, 중국'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타이어 수요가 왜 늘어나고 있는걸까? Cox Automotive의 통계를 보니, 9월 누적 기준으로 2020년 미국 신차 판매량 비중에서 Truck/SUV 계열이 작년 대비 6% 가량 높아지고, 중소형 Compact 계열 비중이 그만큼 내려왔다. 요즘 우리나라 자동차 광고 중에도 차가 넓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지, '차 안에서 작곡을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광고 스토리를 만든 것을 봤다. 
미국의 COVID-19 확산 상황을 볼 때, 마트에서 이전보다 한 번에 더 많은 물건을 사고, 매일 갇혀 있을 수는 없으니 교외로 나가든, 어디를 가든 최대한 많은 기자재나 물건을 차에 실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실제로 집 말고, 가장 Private한 공간이 자동차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큰 차가 필요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는 슬픈 일이지만, 기름값도 엄청 싸졌으니, 유지비 부담도 줄었다.
COVID-19 확산에 따른 내구재/비내구재 소비 회복 아니 소비 증가 현상을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처음에 써놓은 'COVID-19 Shift'가 적절할까? 지금의 현상은 COVID-19에 따른 거리두기로 벌어진 '개인화', '집단, 군집의 붕괴에 따른 파편화'의 영향 같은데 말이다. 뭐가 좋을까? 계속 생각해봐야겠다.
아울러 이러한 현상은 이 모든 것의 소재로 쓰이는 석유화학 제품의 스프레드 변화에서도 확인이 된다. 앞서 Dow가 밝혔던 것처럼 포장용 수요 증가로 PE, PP 스프레드는 연초 대비 $300~400/MT이 오히려 올랐다. PE, PP는 수요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중국에서 COVID-19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던 1월 $250~300/MT 수준이었던 스프레드가 지금은 $600~750/MT까지 올랐다. 타이어용 고무의 원료인 부타디엔 스프레드는 2분기 한 때 마이너스까지 떨어졌었는데, 지금은 $500/MT이 넘게 올라왔다. 합성 고무나 라텍스 스프레드는 이미 예년 평균 수준을 한참 넘었다. 가전 제품/자동차용 수요가 많은 ABS 스프레드도 '안드로메다'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뜻대로야 되겠소만', 정말이지 COVID-19 확산으로 석유화학 업황이 이렇게 회복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잘해야 2023년에나 세계적으로 수급 균형이 올 줄 알았는데 말이다. 지금 분위기로만 보면, 2021년에는 올해 초에는 생각도 못했던 'Shortage'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을거 같다.
P.S 이거 뭐 쓰다보니, 2021년 석유화학 산업 전망 자료 쓴 거 같다. 사람이 역시 습관이 무섭구만 ㅋ

이충재님 페이스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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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