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환 이사의 스페셜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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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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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번주 우리네 증시를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거든요.
궁금하시죠?
"우리네 증시가 강해진 이유가 무엇인지, 또한 이런 흐름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 지"가 오늘의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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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앞서, 미국 증시를 먼저 돌아보겠습니다.
요즘 미국에서는 증시가 역사적 고평가라는 주장이 참으로 많습니다.
COVID-19로 인해 받게될 충격에 대해 너무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죠.
시장조사 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대형주로 구성된 S&P500 지수는 12개월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22배의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다는데요, 그들의 주장이 맞다면 지난 2001년 이후 약 20년래 가장 증시가 고평가 되어 있다는 말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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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투자자 <마크 큐반>은 CNBC와 인터뷰에서 "강력한 강세장이 나타남에 따라 투자자들은 더 많은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고, 기존에 증시에 투자하지 않았던 소비자들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열 여덟살짜리 조카가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는지를 묻는다. 하지만 이는 미 연준의 무제한적 양적완화 정책 때문일 뿐, 미국 증시는 심각한 밸류에이션 위기에 빠지고 있다. 과거 닷컴 버블 형성기의 경우, 1995년부터 2000년 3월까지 Nasdaq 지수가 500% 이상의 상승세를 기록했던 바 있다. 투자자들이 현재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싶다면, 포지션을 청산하고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더 이상의 과도한 욕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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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1999년 말, 저는 "객장에 스님이 계좌를 트러 오셨네요"라는 말씀을 드린 바 있었고, 이후로 전개된 2000년은 그야말로 피비린내가 진동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마크큐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고평가 여부의 기준점을 PER로 설정하는 것에는 강한 불만이 있습니다.
PER은 결코 신뢰할 수 없는 지표라는 점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무수히 거론해드렸습니다.
발생주의 회계원칙이 적용되는 한, "적법한 편법"이 얼마든지 개입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회계상의 문제점들 스스로 찾아낼 수 없다면 아예 무시하는 것이 좋다는 말씀을 충분한 사례와 함께 거론해드렸습니다.
오늘은 좀 색다른 쪽으로 입증해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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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마다의 독특성이 있거든요.
그 독특성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는다면 상대적 밸류에이션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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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미국은 일반 제조업 보다는 미래 가치에 역점을 둔, 이른바 고 PDR(Price per Dream ratio) 종목들의 비중이 참 많습니다.
심지어 아직 매출 제로인 <니콜라> 마저도 일반 제조업보다 높은 외형을 가질 정도죠.
미국 증시가 상승했다지만 모두 고르게 상승한 것은 아니고 성장주가 연초 이후 40% 가까이 상승했잖아요?
미국의 4대 성장주라면 이른바 MAGA, 그러니까 Microsoft, Apple, Google, Amazon을 들 수 있는데요, 아시다시피 S&P 500지수는 시총 가중 방식이기 때문에 이들 4 종목은 전체 지수 움직임의 21%의 영향을 줍니다.
여기에 Facebook, Tesla 등의 몇 개 종목을 더하면 거의 압도적인데요, 이들 힙한 종목들을 제외한다면 S&P500지수는 2018년 초와 거의 같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PER이 22배수를 기록했다는 것은 이런 종목들이 집중적으로 많이 올랐기 때문이지, 시장 전체가 고평가 상태는 아니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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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이해가 가지 않으시다면 하나의 사례를 더 들어드리죠.
중국 상해 증시가 지난 7월 16일 하루 4% 넘는 폭락이 있었던 것 기억하시죠?
중국의 시총1위가 귀주모태라는 점을 모르신다면, 아마도 미중간의 불협화음 등에서 주가 하락의 이유를 찾으려 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날 미중간에 특별한 이슈는 없었습니다.
상해 증시가 4% 넘는 급락을 하게 된 이유는 그날 귀주모태가 8%, 오량액이 10% 하락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유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가 귀주모태의 부정 부패를 꼬집는 사설을 게재했기 때문이었지요.
그냥 삼성전자가 10% 하락했다고 상상해보시면 간단하게 이해가 가실 겁니다.
그러니까 중국 증시는 술만드는 회사가 시총 1위라는 독특성을 감안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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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증시의 시총 1위는 비나밀크지요?
이처럼 증시마다 시총 1위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독특성이 부여되는데요, 우리 증시의 독특성은 반도체에 심하게 의존적이라는 겁니다.
삼성전자 하나만도 시총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 외 반도체와 장비주 소재주 연관 산업까지 모두 합하면 전체 시총의 절반 가까이가 반도체와 연관이 있습니다.
반도체 업황에 우리네 증시가 좌지우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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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 등 반도체가 강했으니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리네 증시가 강해보일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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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네 반도체 종목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를 설명드려야겠군요.
대략 3가지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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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환경은 이미 설명드렸었지요?
이머징 증시에 유로 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7500억 유로의 복구기금이 통과된다면, 이를 이머징 투자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말씀까지 드렸었었습니다.
실제로 유럽의 복구기금 통과 직후, 신흥국으로의 투자 자금이 순유출에서 순유입으로 분명한 전환을 보이기 시작했구요, 또한 그날 이후로 투기세력의 달러 숏 포지션은 5,800건으로 확대되었습는데요, 이는 2017년 11월 이후 최대 수준이었죠.
반면에 유로 순 롱 포지션은 2년래 최고점으로 확대되었었는데요, 이는 최근의 달러 약세가 유로화의 강세 때문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외국인들이 우리 시장을 매수하기 시작했다는 말인데요, 그들은 취향은 잡주가 아닙니다.
시총이 높은 종목을 우선적으로 매수하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1조 3000억원을 매수했던 지난 화요일에만 9000억 넘는 외국인 매수를 기록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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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말고도 반도체 쪽에는 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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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인텔과의 파트너쉽에 대한 기대, 그리고 데이터 센터의 진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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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만드는 회사를 시공회사라고 하지요?
하지만 그 집을 설계하는 회사는 따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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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있지만 이것을 양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거든요.
양산을 해주는 업체를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라고 하는데요, 양산 시설의 건설은 물론이고 유지하는데만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아주 작은 단위의 테스트 생산에도 대략 50억 정도의 비용을 청구할 정도로 수익성은 좋은 편입니다.
또한 CMO 계약을 수탁하게 되면 그렇게 해서 생산된 약에는 수탁 생산자의 이름이 따라 붙게 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과는 전혀 다릅니다.
어떤 신약의 설계자도 중요하지만 그 약을 누가 양산해냈는 지의 여부도 중요하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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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크게 4개로 나뉘게 되는데요, 우선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하는 회사를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라고 합니다.
설계만 하는 회사는 공장이 없다고 해서 팹리스(Fabless)라고 하구요, 반대로 오로지 생산만 하는 회사를 파운드리(Foundry)라고 합니다.
그리고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라는 회사도 있는데요, 이 회사는 파운드리가 만든 반도체에 대한 검사와 패키징만을 전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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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기술의 보안 등을 이유로 IDM을 여러 회사에서 시도했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IDM으로서 성공한 케이스는 거의 없었지요.
최근에 중국에서도 IDM이 되겠다면서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던 <푸젠진화>는 결국 포기했구요(파운더리 전환), 인텔도 그 중에 하나였지만 여의치 않았지요.
IDM이 되겠다며, 인하우징 패키징 전략을 과도하게 밀어붙였던 것이 화근이 되어 최근에는 인텔의 실적이 발목을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 인텔은 지난 주말 딱 하루 동안에 16%나 급락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날 2분기 실적 발표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실적이 나빠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COVID-19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19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나 증가했고, 시장 컨센서스에 비해서도 11억 달러 이상 상회하는 결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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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계획되었던 7나노 제품 출시가 6개월 정도 연기되었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에게 실망감을 준 것이죠.
되도 않는 <직접 생산>을 밀어붙이다가 수율이 60%도 안된다는 루머가 있을 정도로 경제성마저 상실했구요.
그러니, 애플에서도 인텔 제품을 안쓰겠다고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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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인텔은 7나노 기반의 서버 CPU(Granite Rapids)는 2023년 하반기에나 출시가 가능하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반면에 경쟁사인 AMD는 얼마전에 라이젠 프로 4000 시리즈를 발표했었는데요, 이게 이미 7nm 공정을 기반으로 CPU(라이젠)과 GPU(라데온 베 가)를 통합한 제품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21년에 5나노, 2023년에는 3나노 도입하겠다고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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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성과도 없는 곳에 집중하는 동안 AMD는 실리를 추구하면서 상당한 기술적 격차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말이죠.
그래서인지, 인텔이 급락한 그 날 AMD의 주가는 반대로 급등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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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인텔에서도 전략을 수정한 것 같습니다.
결국 본연의 팹리스로 돌아가겠다는 뉘앙스를 보였는데요, 6nm 관련해서 TSMC에 파운드리 수탁 생산을 발주하게 됩니다.
이건 우리나라에 매~~~~~~~~~~~~~~~~~~~~~~~~우 중대한 뉴스였어요.
실제로 삼성전자가 딱 그날 이후부터 강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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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까지 인텔은 TSMC에게만 발주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CPU마저도 TSMC에게 발주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 삼성전자와는 CPU 수탁 계약 레코드가 전무한데다가 GPU와 달리 CPU는 훨씬 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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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이죠.
그건 인텔 입장에서 본다면 좀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거든요.
TSMC는 이미 인텔의 경쟁사인 AMD의 CPU와 GPU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결국 인텔은 적어도 CPU만큼은 TSMC가 아닌 다른 파운드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인데요...그래서인지 시장에서는 미국의 Global Foundries가 유력한 대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미국 기업인데다가, 연방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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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파운드리는 예전의 파운드리가 아닙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팹하나에 고작 2조 원 정도면 만들었었는데요, 지금은 30조도 넘게 들어갑니다.
이렇게 투자하고도 빼먹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인데다가, 더욱 중요한 것은 엄청난 초기 투자비용을 들이고도 상업적 수율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오죽하면 인텔도 실패했을까요.
그러니까 파운드리는 예전처럼 아무나 막 들어올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 폭넓은 해자가 보호하는 산업이라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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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자금력과 경험치를 모두 가지고 있는 파운드리라면 TSMC와 삼성전자 뿐입니다.
실제로 Global Foundries는 얼마전 시설투자에 대한 부담 때문에 7nm 미세공정 전환을 포기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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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의 삼성전자가 인텔의 CPU양산 소식을 접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더불어 비메모리 장비 소재주들이 그날 이후 일제히 강세를 보인 이유가 설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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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두 번째 이유로 가보죠.
최근 북미의 데이터 센터 관련 투자가 급증하고 있었습니다.
그 바람에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상황에서도 반도체의 가격은 크게 훼손이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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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센터는 계속 진화하는 산업 중에 하나인데요, 몇해 전까지만 해도 퍼블릭 클라우드로 한정된 개념에 불과했습니다.
기업들이 스스로의 데이터 센터를 자가용처럼 각자 보유하는 형태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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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몇 가지의 문제점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트래픽이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겁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3년 간 적어도 연간 27% 평균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툭하면 여러분들이 즐겨 보시는 웹 페이지에서도 "서버 증설로 잠시 사용이 중단됩니다~" 뭐 이런 메시지가 가끔 뜨지요?
게다가 그누무 트래픽이 늘 일정하지도 않습니다. 갑자기 집중되면 서버가 다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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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중요한 것은 보안입니다.
보안팀이 머릿 수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고도의 실력이 필요한데, 모든 기업들이 그런 인력들을 완벽하게 갖출 수는 없는 일이었지요.
그래서 기업들은 데이터센터를 임차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서버 임차, 즉 코로케이션 방식의 데이터센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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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거의 혁신이었어요.
위에서 거론해드렸던 3가지 문제점이 한 번에 해결되었거든요.
매우 숙련된 보안팀이 늘 상주하고, 아무리 트래픽이 일시적으로 증가해도 서버 다운이 되지 않고, 툭하면 서버 증설로 중단되는 일도 없어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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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세상의 기업들이 하나 둘 데이터 센터를 임대하기 시작하면서 또 하나의 변화가 시작됩니다.
미국의 대형 IT기업들이 데이터 센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한 겁니다.
아마존이나 IBM은 물론이고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마이크로 소프트는 <애져>라고 하는 데이터센터를 통해 새로운 분야에서 존재감이 부각되기 시작합니다.
세계적인 IT 대형사들이 데이터 센터에 발벗고 투자하기 시작한 이유는...락인효과(Locked -in effect)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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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 <다음>이라는 회사가 이메일 저장을 위한 일정한 수준의 저장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서 고객들은 수 많은 이메일 주소 정보를 버릴 수 없으니 다른 곳으로 갈 수 없잖아요?
이를 "고객들이 락트인되었다~"라고 표현합니다.
데이터 센터에는 엄청난 분량의 정보가 있으니, 일단 한 번 고객이 되면 거의 평생 고객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죠.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경쟁자 없이 꾸준~~한 매출이 보장된다는 황금에 땅에 너도나도 영역을 넓히기 시작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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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죠.
데이터센터가 올해부터는 또 다시 커~다란 진화를 하게 됩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시장은 물론이고 중동과 아시아의 클라우드데이터 센터가 하나의 가상의 공간으로 초연결되는 이른바 <리전(Region)>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죠.
자신이 만들어 놓은 데이터와 남들이 올려놓은 데이터, 이것이 서로 가공되어 만들어진 새로운 데이터를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에 상당한 규모의 반도체가 들어가는 것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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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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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전체 산업 구조에서 반도체에 대한 비중이 매우 놓습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기대치나 실적이 주가의 방향성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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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네 증시에는 이와 관련된 기대치가 크게 작용하기 시작했는데요, 하나는 인텔과의 협력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긍정적 전망입니다.
이들에 대한 기대가 유지된다면 이머징에서도 우리네 증시의 상대적 우위도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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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