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밸의 신화의 힘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전세계를 아우르는 그의 박학다식한 이야기 보따리에는 뜻밖에 예수와 싯다르타, 야훼, 제우스와 이집트신화, 수메르신화가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창조되었는가라는 신화를 놓고 전세계 신화를 끌어다 설명을 시작하는 화자의 내공은 신화하나만 연구해도 거의 해탈의 경지에 오를수도 있구나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네요. 사실 신화는 한때는 각 문화권에서 종교의 기능을 하고 있던 기본 이야기들이니 그게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신화는 예술로, 문화로, 정치로, 각 구성원 내면으로 흘러들어가 문명을 이룹니다.
어머니 신을 섬기는 사회가 아버지 신을 섬기는 사회에게 밀려나면서, 유일신 신앙이 다신교 신앙을 정복하면서 신들도 부침을 겪게 됩니다. 모신을 믿는 사회가 부신을 믿는 사회로 바뀌면서 인류가 겪은 문명의 칼바람은 비극일수 있다는 것을 넌지시 이야기해줍니다. 어머니신이 대지와 생산과 자애의 상징하는반면, 아버지신은 정복과 일사불란함과 권위를 추구합니다. 영화 미션에서 보는 것과 같이 문명이 충돌하는 양상에서 부신은 무자비함과 복종을 강요하는 것이지요. 서양사람들의 야만성이 아니라 그들의 신앙이 그들의 문화와 행동양식을 지어내었으니 그건 불가피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캠밸할아버지는 "천복을 따르라"라는 말을 여러 신화들로 풀어가면서 설명해줍니다. 누구나 어릴적에 한두번은 읽었을 신화들, 서구권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깝게는 중국신화나 동아시아의 신화까지. 우리가 흔히 들어왔던 전설들에서 나오는 뻔한 영웅의 수난이야기들이 공감을 주는 이유를 간단하게 그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따른 고통을 견디면서 마침내 성장해서 위대해졌기 때문입니다.
잘 새겨서 생각해보면 희극체계에서 우리가 흔히 좋아하는 이야기는 이미 완성된 영웅이 아니라 다사다난하고 참으로 심란한 허약한 친구가 여러 사람들과 어찌저찌 만나서 완전에 가깝게 변해가는 모습을 그리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신화에 공감을 느낀다는 행위가 그런 신화가 벌써 머릿속에 피속에 깊숙히 내재되어있는 어떤것이라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요즘 세상은 종교와 자연과 문화가 따로따로 노는지라 이런 기능은 상당히 약해졌다고 합니다. 우리가 서구문명화 되면서 잃은건 이야기로 박제화된 신화뿐 아니라 그 속에 곁들여있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 인간의 의지, 신성에 대한 추구와 같은 돈이 그리 되지 않아 보이는 생각들까지 잃어버린 것이죠. 사람들은 옛날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와 졌는지 모르지만, 기원전 보다 더 풍부한 사상적인 풍요로움과 다양성에서 오는 문화적인 창발성은 잃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빅뱅의 우주 생성론은 과학이기도 하지만 초과학이자 신화이기도 합니다. 신화와 과학은 마침내 만나지요. 그 옛날 사람의 통찰력은 우주의 이치를 꿰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기독교, 불교, 인도에 관심있는 사람이 읽으면 의외의 깊이에 놀랄수도, 그냥 이야기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는 수준별로 얻어가는게 다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라 간만에 서평 써 봅니다.

장도 안좋은데 왠 신화이야기지? 하시는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난세에 영웅이 나고 어려운 시기를 잘 견디지 않은 운좋은 성공담은 별로 없는것 같아 길게 끄적거려 보았습니다. 여러 책에도 나와 있지만 인생은 고통의 바다이고 이것을 부정하는 순간 인생은 정말 고통의 바다에서 계속 허우적거려야 한다는 것이죠. 그냥 고통의 바다라는것을 긍정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 꽃피는 삶을 사는게 성인의 경지 아닌가 싶습니다.

주식시장은 인생의 축소판이라 이런책을 읽는게 때때로 버핏의 한말씀보다 더 실감나게 다가오는군요.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877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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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