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에서 하차하면서 스터디 모임의 마린블루형이 남양주에서 찾아와서 밥을 사주셨는데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다보니 내가 언제나 결국은 잘 될거라는 낙관주의를 잃어버리고 살고 있었다는걸 깨달았다.
이 걸 다시 떠올린게, 혹은 잃어버렸던것이 너무나 신기했던 것이다.
투자자에게 있어서 좋은 자질은 위험을 간파하는 능력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용기라는 말보다는 무던함이 아닐까 싶다. 2018년은 내게 불행한 한 해였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나에게 적대적이었다. 은퇴준비를 하고 있던 나의 직업 수명을 길-게 늘려(?)주었고, 가족들의 건강이 내 행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해 주었으며, 단단한 집착과 아둔함은 더 큰 힘과 압력을 받아야 금이가고 부서진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해 주었다.

오래다닌 회사를 나와 이직을 하게 되었다. 그 전에 한달간 쉬면서 스위스를 다녀오면서 동행하던 할머니 투자자들에게 한 수 배울 수 있었다. 투자로 돈을 벌려면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 트렌드에 맞아야 한다. 배당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는 세 마디는 새삼 알고 있었음에도 새롭게 들렸다. 봄날인만큼 스위스에서는 날씨 변덕이 심했었다. 좋은 날씨도 나쁜 날씨도 여행의 일부이고 사람에 따라서 나쁜일도 좋게 받아들이면 좋은 기억으로도 남을 수 있을거라는 것을 동행들이 공감하고 분위기를 이끌어나갔다. 그렇게 우리의 동행들은 씩씩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다시 2018년을 버금가게 할 정도로 위태한 폭락장은 또다시 찾아왔고, 나는 신기하게도 처음은 투자로 오스템임플란트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거래가 묶이고, (레이저) 배터리 장비는 손도 못대고 폭락을 하는데 아예 외면을 하기 시작해서 여름철 이후부터 눈물이 쏙 빠질만큼 이직한 회사일로 바빠지고는 내가 투자를 하는 것인지 방치를 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가 되었다. 투자를 오래하다 보니 늘 일상이 전쟁터 같았다. 조금 투자판에서 떨어져서 민감도를 떨어뜨리고 강너머 불보듯 시장의 뉴스를 떨어져 바라보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렇게 시장은 인플레이션과 에너지위기와 금리, 레고랜드사태를 거쳐왔는데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못했고), 올해는 다행히도 큰 손해나 큰 이익도 없이 마무리 할 수 있을것 같다. 몇년동안 투자에 대해서 읽은 책만큼 올해는 많이 배울 수 있는 해였던 것 같다. 추세가 없는 시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업황과 전망이 좋은 산업과 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지난달 좋은 분들과 추위에 찾아간 양평 수종사에서 백팔배를 했다. 늘 중요한 결정이나 고민이 있을때 백팔배를 하곤 하는데 백팔배를 하면 숫자를 헤아리면 70번정도에서 머릿속에서 잠념이 사라지고 90번정도 되면 모든 걱정과 잡념을 내려놓고 어떤 생각이 떠오르곤 한다. 이번에는 '용기를 내라'는 말이 떠올랐다. 투자에서는 보다 무던해지고 일에 있어서는 스스로를 믿고 가야 한다.
'도와달라'는 말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도와달라는 사람을 선뜻 외면하지 못하는데도 사람들은 여러 이유때문에 도와달라는 이야길 잘 하지 못하곤 한다. 참 신기한 일 같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그 사람의 품격같다.
올해 큰 감사를 드리고 싶은 모임의 마린블루형과 가치삶형, 철광형, 벤쿠버로 가셔서 당분간은 볼 수 없을 종호님, 채사마 , 성욱님, 승선님, 규은님, 기형님, 위안님, 상빈님, 현규님과 정도사님 그리고 판교에서 따뜻하게 자리를 마련해주시는 마크님과 함세님, 폴님, 쨍쨍님 불세출의 투자모임 갈비방과 광장모임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나쁜 일이 좋은일의 씨앗이 되기도 하고, 좋은 일이 나쁜일의 화근이 되기도 한다. 새옹지마이다. 올해 겪은 나쁜 일들이 보다 뻗어나가는 좋은 일의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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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