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큰 손 백할머니의 장기투자를 배우라

주식투자해서 돈버는 원리는 수박이나 감자 장사와 다를 바 없다. 싸게 사서 한푼이라도 비싸게 팔면 된다. 그리고 손해를 보지 않으면 된다. 따라서 돈을 많이 벌려면 매입가격을 되도록 낮추고 보다 높은 가격에 팔면 된다. 언뜻보면 수박이나 감자 장사보다 주식투자는 돈 벌기가 쉬워 보인다. 수박이나 감자장사는 사줄 손님을 기다려야 한다. 손님이 들지 않으면 공치는 날도 있다. 제때에 팔지 못하면 물건이 썩어 그냥 쓰레기로 내버려야 한다. 신문처럼 하루 반나절만 지나면 모두가 식상해서 아무도 사지 않으려는, 상품가치가 극도로 짧은 상품도 있다. 반면 주식은 오래 갖고 있어도 상하지 않는다. 증권시장에서는 늘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들이 득실거리고 매매도 일어난다. 돈을 회수하는 방법도 가능해보인다.

한마디로 주식투자란 장사로 치면 물건(주식)을 오래 보관해도 상할 염려가 없고 값이 떨어지기는커녕 오를 수도 있는 매력적인 상품으로 보인다. 거기에다 주가는 일단 뛰기 시작하면 그 폭이 엄청 크지 않던가. 가만히 앉아서 손대지 않고 ‘코 풀 수 있는’ 손쉬운 대상이 주식처럼 보인다. 주식을 가진 사람은 주식의 가치를 높이거나 좋은 상태로 보관하려는 별다른 노력없이도 돈을 쉽게 벌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이런 요인이 초보자들을 주식투자로 강하게 끌어들이는 매력인 것같다. 눈감고 찍어도 오르거나 내리는 가능성중 하나, 즉 50%의 확률을 갖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오를 가능성에 더 점수를 주는 것이다.

 

이렇듯 주식투자의 원리는 간단한데 왜 주식투자만 하면 손해봤다고 난리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을까. 주가는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는데 ‘내가 샀다하면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 한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그전까지 주식을 못사서 아우성치던 사람들이 모두 조용해진다. 그리고 주식을 팔려고 나서도 팔리지 않는다. 기업이 망한다는 소문까지 돌면 한 주에 10만원에 산 주식의 값이 1,000원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이런 상황을 겪고 나면 주식 투자가 여느 장사만큼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투자자들이 손해봤다는 한탄을 들으면서 생각나는 투자자가 있다. 지난 60-80년대 증권시장을 주름잡았던 큰 손중의 한 사람이었던 백할머니이다. 필자는 증권시장을 취재하면서 ‘광화문 곰’, ‘라이터 박’ 등 큰 손을 여럿 만났지만 백할머니는 그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큰 손 투자자였다. 지난 95년에 작고한 백할머니의 본명은 백희엽으로 키는 160센티미터나 될까, 자그마하고 땅딸한 체구였다. 그는 얼마전 증권투자 결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파문을 일으킨 우풍상호신용금고 박의송 회장의 어머니이다.

 

80년대 중반 백 할머니는 수십억원의 재산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6.25전쟁으로 피난오면서 알토란같은 땅을 모두 두고오는 바람에 그후 부동산에 손대지 않고 주식투자만 했다. 백할머니는 “나는 증권투자를 해도 절대 손해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주가 의 숱한 등락을 백할머니는 무슨 수로 손해를 피해나갈 수 있단 말인가. 그 비결은 “남들이 다들 나쁘다고 할 때 한번 주식을 사서 이익을 보기 전에는 절대로 팔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백할머니의 일화로는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된 지난 79년 10.26 직후 주가가 곤두박질칠 때 주식을 산 것으로 유명하다. 증권사 지점장들도 머리를 절레 절레 흔들 정도로 그의 뱃심은 두둑하다. 주가가 곤두박질하고 투자자들이 갖고 있던 주식을 모두 팔고 나갈 때 백할머니는 오히려 매물로 나온 주식을 사들였다. 그리고 백할머니는 수년간 주식을 갖고 있으면 언젠가 주가가 오른다고 말했다. 오래 갖고 있다가 이익을 남기전에는 절대 팔지 않으니 손해를 볼 턱이 없지 않은가.

 

백할머니의 투자 방식-오래 갖고 있다가 손해보고 팔지 않는다-은 사실 외국의 유명한 주식분석가들의 투자비결과 일치한다. 짐 로저스라는 국제 큰손이 내세우는 중요한 투자원칙중의 하나는 “결코 손해를 보지 말라”이다. 그는 조지소로스와 함께 세계적인 투자펀드인 퀀텀펀드를 설립해 미국 주식시장인 월스트리트를 주름잡았던 큰 손이다. 지난 99년 5월 젊은 약혼녀--아마도 또다른 재혼 상대자인 듯한--와 함께 벤츠에서 특별 주문제작해 만든 ‘밀레니엄 카’를 타고 세계 여행에 나서 잠시 한국에 들렀다. 그는 “주식을 잘 모르겠거든 손대지 말라. 채권이나 펀드를 사서 가만히 있으라. 바닷가로 놀러가든가 영화를 보러가든가 장기를 두든지 무엇이든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충고한다. 그는 이어 “그러다 보면 바로 ‘여기다 싶은 곳’이 나타나면 투자하라. 그리고 3년, 4년 아니면 10년이 되더라도 묻어두라”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는 요즘 하루에도 여러번 주식을 샀다 팔았다는 하는 이른바 데이 트레이딩이 유행인 시대에 이색적으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따져보면 샀다가 바로 파는 단타는 주식을 한번 샀다가 오래 갖고 있는 장기투자보다 훨씬 어렵다. 주가의 흐름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매일 매일 치고 받으려면 대단히 많은 노력과 주의가 필요하다. 증권시장에서 살다시피하는 투자자들이나 증권사 직원이 아니면 흉내내기 어렵다.

호흡짧은 투자자와 달리 장기투자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장기투자는 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주가란 길게 보면 큰 사이클을 그리는, 이른바 대세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는 대개 10년 주기로 주가의 등락이 반복된다. 70년대 후반 중동 건설경기로 증권시장이 활황을 보였다가 79년부터 박살났다. 이후 5년여 침체 끝에 85년 하반기부터 주가는 대세 상승세로 돌아서 3년 정도 오르다가 89년부터 본격 내림세로 돌아섰다. 우리나라 주가는 대개 3년정도 오른 뒤 6-7년 떨어지는 10년 주기의 사이클을 보이지만 그런 큰 사이클의 과정에서도 작은 사이클은 반복된다. 지난 5월 경제위기설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가 다시 급반등한 사례도 있다.

 

증권시장의 이런 대세를 머리에 넣고 있으면 장기간의 주식투자는 보다 쉬워진다. 따라서 주식을 싸게 사려면 남들이 다 나쁘다는 바닥에서 사면 좋다.그리고 백할머니처럼 손해볼때절대로 팔지 않고 몇 년이라도 갖고 있으면 그 주식을 발행한 기업이 망하지 않는 다음에야 이익을 남길 수는 있는 것이 주식의 묘미이다.다만 문제는 남들이 다들 주식을 팔려고 기를 쓸 때 거꾸로 산다는 것이 참으로 쉽지 않다. 왠지 본전을 모두 날릴 것같아 두렵다. 주가가 떨어지면 자꾸 더 떨어질 것같아 선뜻 사자고 나설 수도 없다.

 

유명한 국제 투기꾼인 조지 소로스는 좋은 주식을 싸게 사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한가지 지표는 다른 매수자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최정점에 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증거는 너도 나도 그 주식을 사고 싶어하고 언론에서도 인기가 많은 때가 보통이다. 짐 로저스는 재미있는 예를 들었다. 주가가 최정점에 달한 상투 시점에서 주식을 모르는 자신의 어머니가 로저스에게 전화를 걸어 그 주식을 사고 싶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 왜 그 주식을 사려고 하세요, 어머니?” “그 주식이 3배나 가격이 뛰었지 않니?” “안돼요, 어머니. 그런 식으로 하시면 안돼요. 지금은 가장 위험할 때입니다.” 그후 주가는 하락하고 상반된 상황이 전개된다. 어머니가 주식을 처분해야겠다고 말한다. 그때 로저스는 주식을 팔지 못하게 말린다.

 

장기 투자를 하려면 대다수 투자자들과 거꾸로 행동하는 배짱이 필요하다. 남들이 좋다면 따라 사고 남들이 나쁘다고 할 때 같이 파는 스타일이라면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도 좋다. ------2000.6.14

 

원본 위치 <http://blog.itooza.com/iframe/iblog_postview.htm?blogid=cocon&page=&toppage=&post=200905141637089769709A>

반응형
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