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앞 길 하나만 건너면 LG 아트센터가 있다. 사실 이건 강남을 오간지 한참이나 되었지만 그곳에서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같은 대가들의 공연이 곧잘 펼쳐진다는 사실도, 그곳에서 발레리노들로 구성된 백조의 호수를 했다는 사실을 안 지는 오래 되지 않았다.


 
Audiologie 3 - 윤상 콘서트 : 그 땐 몰랐던 일들
2009.7.7 20:00
LG아트센터

윤상도 군대를 다녀오고, 나도 군대를 다녀오고, 사랑을 만나고 헤어지고 부침을 겪고 결혼을 했다. 그도 한동안 미국에서 공부를 한다며 떠나서 잊혀진 사람이 되었다. 

그가 돌아왔다. 작년께부터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올초에 공연을 했었나보다. 공연 당일 8만 9천원이라는 돈을 내고 평일에 구름처럼 몰려온 사람들의 표정은 감회가 서린 표정들이었다. 나는 몇번이나 사진을 찍으려 노력했지만 행사진행원들의 제지로 찍지 못하였다. 공연장 오른편에 애플마크가 선명한 컴퓨터가 한 대 놓여져 있었고, 중간에 신서사이저 왼쪽에는 기타, 좀 더 중앙엔 베이스,세워놓은 기타와 장비들로 자신이 천재라고 이야기하는 듯한 미친듯한 피아노연주와 베이스, 기타를 연주해대는 천재청년 정재일군을 비롯해서 무대 맨 뒷편은 현악단 오른편은 퍼커션과 국악기들이 놓여져 있었다.

윤상은 멋있었다. 그 많은 악기가 충돌하지 않고 마음껏 어우러 졌고 모두 뭉개지지 않고 다 살아서 들려왔다. LG아트홀은 정말 좋은 공연장 같았다. 신서사이저 소리는 따뜻하게 그의 음악을 받쳐주고 매만져 주었다. 그의 말과 몸짓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기품이 있었고, 음악은 신중하고 지적이었다. 아마도 결혼전에 그의 정서는 우울하였으리라. 하지만 '이사'란 곡으로 느껴볼때 결혼을 전후해 그의 음악은 긍정적이고 따뜻한 에너지가 생기지 않았을까. 그의 일렉트로니카 음악들은 우울하지만 따뜻한 시각을 놓치지 않고 있다. 앨범나오기 사흘전에 둘째가이가 태어났다고 한다. 한때 여자아이들의 우상이었던 윤상은 아이돌 시절을 농담처럼 이야기해주었다. 요즘은 그게 편하다고, 혹은 그때가 아쉬웠는지도 모르지..

공연에 아주 미묘한 음의 등장과 퇴장은 연주곡을 중간에 배치해서 완전히 합에 이르는 부분은 그가 작은 소리 하나 하나, 사운드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놀랍게도 요란한 꽹과리 소리와 전통북 소리가 전자음속에서 튀지않고 어우러졌다. 놀라워라.

그의 목소리도 악기로서 손색없이 자신의 곡과 잘 어우러졌다.

가사를 틀리거나 :) 반주할때 먼저 노래를 시작하는 가끔은 실수를 하곤 하는 그의 모습과 그것을 웃으면 넘겨주는 관객들속에서 두 시간은 금새 지나갔다. 그는 다시 내 곁에서 잊고지냈던 20대의 기쁨과 우울함과 슬픔과 추억을 몽땅 데려다주었다. 나는 잠시나마 20대로 돌아간 듯 했다.

다시 그의 음악 한구절을 흥얼거린다.

윤상 - 사랑이란

내가 보이긴 할까 너 있는 거기서
달콤한 유혹이 너의눈을 가려버린 지금
언젠가 내게 말했지 진실한 사랑은
정해진 룰에서 벗어나지 않는거 라고

그럴 수도 있겠지 우리의 삶에 정답이란 없는것
오랫동안 꿈꿔온 사랑이 다를 수도 있겠지
들어봐 나의 사랑은 함께 숨쉬는 자유
애써 지켜야 하는거라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니지

너도 울게 될줄을 알고 있었다면
난 너를 절대로 떠나보내지 않았을텐데
스스로 만든 약속을 어긴건 너이지만
괜찮아 결국은 이별까지도 사랑인걸

그럴 수도 있겠지 우리의 삶에 정답이란 없는것
오랫동안 꿈꿔온 사랑이 다를 수도 있겠지
짧았던 나의 사랑은 이렇게 끝나지만
손끝에 새겨진 너의 모습
나는 결코 잊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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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