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처럼 평범한 사람의 삶은 많은 대안이 기다리고 있다가 고난이 오면 그때그때 회피하는 삶을 살고 있진 않습니다. 살다보니 그렇더라구요. 종종 찾아오는 인생의 고난을 어떻게든 견디면서 극복하는 것이더라구요.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존경하고 제 이야길 귀기울여 들어주시는 어떤 선배에게 인생과 투자에 관한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그 분의 답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가 아닌 ‘스스로를 믿으세요’ 였습니다. 우리 삶의 불확실성을 누가 대신 알려주면 좋겠지만 결국 내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길입니다.
며칠후면 곧 14년간 다닌 회사를 나오게 됩니다. 입사할때 저는 sas로 프로그램을 한줄도 제대로 못짜는 프로그래머였지만 sas담당자로 들어가서 sas 코딩을 배우면서 일을 했습니다. 전임자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급히 그 자리를 메울 땜빵 개발자가 필요했고, 제가 마침 회사에서 대기중이었습니다. 처음에 6개월짜리로 시작했지만 이 시간을 14년으로 늘리는데 성공했습니다. 제 자리가 늘 불안하고 불편했지만 주변 분들의 아량과 도움을 받으며 그럭저럭 일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선택이던 선택을 한 자신을 믿고 그래도 내가 한 선택이 크게 틀리진 않았다는 지난 경험을 믿어야죠. 회사를 나오면서 저를 저보다 더 믿어주고 자기일처럼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것에 놀랐습니다. 아마도 제가 못보는 것을 그분들은 보았을거 같습니다. 아니면 제가 그분들을 오랜동안 속였던지요.
퇴직에 대한 글을 많이도 쓰고 지웠습니다. 아마 제 동료가 짧은생애를 마감한 몇년전부터 이곳을 어떻게 잘 벗어날까 궁리했던것도 같습니다. 여기에 머무르려고 발버둥칠수록 이곳은 저에게 더 옹색하고 궁색한 곳으로 제가 있을만하지 않은곳으로 바뀌어갔으니까요.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더이룰 수 있는 기회도 없어졌으니 저의 소임은 다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깜냥에 비해 과분한 것들을 누렸다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14년동안 저에게 어엿한 일자리와 일용할 양식과 많은 배움을 주었던 곳에서 제가 돌보고 담당했던 자식같은 시스템의 종료를 앞두고 애도의 글도 남기고 싶었습니다.
정말 좌우를 볼줄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다독다독 고쳐서 일하는 인간으로 만들어주신 N차장님과 제가 회사에서 숨고 숨쉴곳을 마련해주신 S과장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두 분과 일했던 순간이 제게 영광스럽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던건 변함없는 추억으로 남을것 같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오래도록 건강하세요.
Farewell BOK, every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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