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정채진의 서평-짐 로저스의 스트리트 스마트
짐 로저스
짐 로저스의 스트리트 스마트
1.
<역자 후기>
내가 짐 로저스에 대한 평가를 처음 접한 것은 니콜라스 탈레브의 '행운에 속지마라' 를 번역하는 과정에서였다. 탈레브는 로저스가 "확률과 기대값도 구분하지 못한다"라고 호되게 비판하면서, "희귀사건으로 크게 성공한 조지 소로스의 파트너였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라고 가차 없이 깎아내렸다(탈레브는 취미가 잘난 척하는 사람들을 모욕하는 일이어서, 노벨상 수상자조차 그에게 걸리면 뼈도 못추릴 정도였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번역하고 나서 로저스를 보는 관점은 사뭇 달라졌다.
첫째, 로저스는 다양한 실력으로 실력을 입증했다.
(중략)
둘째, 로저스는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이다. 어떤 예측을 제시할 때에는 자신도 그 방향으로 포지션을 가져갔다. 주식을 공매도하고, 주택을 팔았을 뿐만 아니라, 자녀에게 표준 중국어를 가르치라고 조언했던 자신의 말을 실행에 옮겨 가족이 모두 싱가포르로 이주했다. 그는 윤리의식이 높았던 까닭에, 평판을 지키려고 소로스와 결별했다. 그는 거칠고 투박한 표현을 쓰지만, 행동으로 자신의 말을 뒷받침하기 때문에 신뢰가 간다.
셋째, 용기 있게 비판하는 사람이다. 그는 개인은 물론 정치와 사회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그 비판의 강도와 범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모욕의 달인 니콜라스 탈레브를 떠올리게 된다. 온갖 지성(철학, 수학, 통계학, 문학, 투자)으로 무장한 탈레브의 비판은 절세의 검객이 예리한 칼로 상대의 급소를 베는 방식이라면, 열정과 경험으로 무장한 로저스의 비판은 천하장사가 육중한 해머를 휘둘러 상대를 날려버리는 방식이라 하겠다.
이른바 저명한 학자나 거대 담론은 몇 번을 들어도 돌아서면 머리에 남는 것이 많지 않지만, 로저스의 글은 표현 하나하나가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었다. 세계의 흐름을 이해하려는 뜨거운 열정으로 몸을 던져 얻은 교훈을 진솔하고도 담백하게 표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투자의 지혜는 물론, 세상과 인생을 보는 관점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은 책이라 생각한다. 짐 로저스를 만나게 해준 이레미디어에게 감사한다.
이건 선생님의 역자 후기에 공감한다.
2.
그린스펀이 임기 중, 특히 1998년과 1999년에 시장이 작동하도록 내버려두었다면, 닷컴 거품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월스트리트 금융 회사들은 이른바 산불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러나 거품이 붕괴하자 그린스펀은 다시 돈을 찍어냈고, 이 때문에 주택거품과 소비거품이 발생했다. 그러나 그는 돈을 양껏 찍어낼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기량 부족을 깨닫지 못한 채 정책 실패를 숨기려고 지능적인 아이비리그 학자를 발굴하여 영업했다. 그 사람은 바로 프린스턴 경제학박사 종신 교수로서, 후임으로 연준을 맡게 될 '예스맨' 벤 버냉키였다.
버냉키는 2002년 연준이사회에 합류하고 나서, 워싱턴 내셔널 이코노미스트클럽에서 그의 통화정책 접근법을 개략적으로 밝혔다. 그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미국 정부는 이른바 인쇄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사실상 무비용으로 달러를 원하는 만큼 찍어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폐 제도 아래에서 단호한 정부라면 항상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고, 이로부터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책 p.147
3.
만약, 열심히 노동하고 있는데도 부가 쌓이지 않는다면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
a. 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라 호황과 불황은 반복된다. 연준이 생기기 전에도 호황과 불황은 반복되었지만, 과거와 다른 점은 연준이 호황과 불황을 다소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버냉키의 발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스스로도 그 사실을 인정한다.
b. 이 시스템의 원리를 깨달은 사람은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면서 상대적으로 더 부자가 되고 깨닫지 못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진다.
c. 자본주의의 진짜 비밀은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에, 먼저 깨닫는 순서대로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 모르는 사람은 경제적 자유를 얻기가 쉽지 않다.
d. 인류의 역사는 피로 점철이 되어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다른 체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스템 전체의 평화, 안정, 번영을 가져오며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비밀을 아는 사람도 침묵한다.
e. 가끔 이런 사실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이 사실을 모르거나 알아도 침묵하기 때문에 이내 사라진다.
f. 이런 원리를 모르면서 치밀한 계획없이 행동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때때로 가난한 사람은 더 빨리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더 빨리 부자가 된다.
4.
연준의 정책에 대해서는 비난만 하기도 그렇고 칭찬만 하기도 그렇다. 부의 양극화가 100% 연준의 책임은 아닐지라도 50%는 그들의 책임이기에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유지시키고 있기 때문에 비난만 할 수도 없다.
위기 때마다 연준이 돈을 퍼붓는 것으로 두고 워런 버핏 같은 사람은 칭찬을 한다. 시스템을 유지 시켜 주기 때문이다.
짐 로저스 같은 사람은 비판을 한다. 그들의 방식은, 정책적으로는 효율적이나 도덕적해이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짐 로저스에 대한 평가는 갈리지만,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워런 버핏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워런 버핏은 이런 방식으로 시스템이 유지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다. 실제로도 지금으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기에 그렇다.
정채진의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