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는 쌓이는데, 정작 필요할 때 손에 안 잡힌다

투자를 몇 년씩 하다 보면 자료가 여기저기에 계속 쌓이게 된다. 증권사 리포트 PDF, IR에서 들은 녹취파일, 기업 탐방 다녀와서 정리한 IR 노트, 유튜브 방송을 받아쓴 텍스트, 텔레그램으로 흘러가는 속보, 분기마다 올라오는 공시까지. 문제는 그냥 쌓이기만 한다는 점이다. 폴더 어딘가에 저장은 분명히 해뒀는데, 막상 그 종목을 다시 들여다볼 때 그 자료가 어떤 상황에서 쓰여졌고 어떤 맥락을 가지고 있는지 가물가물해지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는 실시간 휘발성이 높은 정보는 텔레그램에 적고, 조금 생각해서 고민해서 쓰는글중 가벼운건 페이스북에, 무거운건 블로그에 쓰고 있다. 하지만투 자관련 글은 신규종목 발굴이 아니라면. 대부분 회사가 단 한번, 하루아침에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라 회사가 일을 하고 무엇가를 만들고 시장에 내놓고 하는등의 모니터링하고 관찰하는 시간을 기록하는 수단이 필요하다. 대부분 투자안은 미래를 선반영하는 특징이 있지만, 대부분의 투자아이디어는 회사가 어떤 의사결정에 대한 평가를 시장이 미루다가 짧은시간에 반영하곤 한다는 것이다. 

투자기록이 체계적으로 되어있지 않았을때 더 답답한 건 판단의 흔적이 희미해지다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반년 전에 이 회사를 왜 샀는지, 그때 무슨 근거로 확신했는지, 어떤 리포트의 어느 문장이 결정적이었는지. 시장은 어떤 회사의 모습을 보고 반가워했는지 기억은 희미해지고 파일은 흩어진다. 결국 같은 회사를 매번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나는 원래 데이터베이스를 만지던 사람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보는 시선이 좀 달랐다. 자료를 '저장'하는 게 아니라 '연결'해야 한다고 봤다. 한 회사에 대한 리포트, 탐방 노트, 공시, 내가 적은 메모가 그 회사 한 곳으로 다 모이고, 그 회사가 속한 산업과 내 투자 아이디어로 다시 이어지는 구조. 그게 내가 만들고 있는 LLM 위키다.

한 줄로 말하면

옵시디언(Obsidian)이라는 메모 앱 위에 올린, 나만의 투자 지식축적 시스템이다. 모두의 PC속에 들어있는 메모장과 다른 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모든 자료가 회사·산업·투자 아이디어 같은 '항목(entity)'으로 연결돼 지식 그래프처럼 자라난다. 두번째, 그 연결과 정리를 사람이 손으로 다 하는 게 아니라 AI(Claude)가 한다는 것이다. 

쉽게 비유하면, 어떤 자료를 우체통같은 inbox에 넣으면, 들어온 자료는 일정한 모양으로 다듬어져 보관(데이터 표준화)되고, 그 내용이 관련된 연결된 회사와 산업 페이지에 자동으로 반영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종목 하나하나가 '그 회사에 대해 내가 아는 전부'를 담은 허브로 성장하고 내용이 풍부해지고 두터워진다.

자료가 들어와서 지식이 되기까지

흐름은 단순하다. 입구(inbox) → 정리된 원본(raw) → 위키(wiki).

아까 말했듯 자료를 inbox에 올린다. 증권사 PDF든, 내가 정리한 IR 노트든, 받아쓴 음성이든 일단 던져 넣는다. 넣으면 사전에 정의된 경로에 따라서 표준화되고 요약되고 정리되기 위한 준비단계로 raw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러면 그게 'raw'라고 부르는 정리된 원본으로 바뀐다. 여기서 한 가지 원칙이 있다. raw는 요약하지 않고 내용을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내용을 줄이면 그게 곧 정보 훼손이기 때문이다. 요약하는데신 데이터를 구조만 잡는다. 나는 데이터를 정리할때 아웃라이너 문법으로 정리한다 이 체계를 그림으로 그리면 마인드맵을 만들 수 있다.

아웃라이너 - 나무위키

 

아웃라이너

들여쓰기 등을 통해 트리 또는 상하 계층을 이루는 형식으로 항목들을 만드는 편집기이다. 필요할 때 접거나 펼치고,

namu.wiki

 

들쭉날쭉한 글을 읽기 좋은 형태로 다듬되, 사실·숫자·발언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사 컨퍼런스콜을 받아쓴 경우, 위쪽엔 핵심을 정리한 요약 구조를 두고 아래쪽엔 받아쓴 원문을 통째로 보존한다. 나중에 요약이 미심쩍으면 바로 원문과 대조할 수 있게 일종의 교차검증 수단이자 백업수단이다.

다음단계는 그 내용이 위키에 반영된다. 자료에 등장한 회사 페이지에 근거로 연결되고, 그 회사의 '투자 아이디어 변화 기록'에 한 줄이 더해진다. 산업 페이지도 갱신된다. 관련항목이 있는 모든 페이지에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입구(inbox)에 있던 원본은 지운다. 할 일을 다 했으니까. 

핵심요소 산업, 기업, 그리고 투자 아이디어

202604~현재까지 쌓인 노트들 끊긴 노트가 거의 없다

투자위키의 핵심엔 세 종류의 페이지가 있어야 한다.

회사 페이지는 종목 하나에 대한 모든 것이 모이는 허브다. 사업 구조, 경쟁우위, 지금 내가 보는 투자 아이디어, 강세 논리와 약세 논리, 그리고 가장 중요한 '확신도(conviction)'. 여기에 더해 그 회사와 관련된 모든 자료가 자동으로 한 파일에 모인다. 공시, IR, 증권사 리포트, 탐방 노트, 외부 분석까지 연결되어 한눈에 회사와 주변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신경 쓰는 게 '투자 아이디어 변화 기록'이다. 내가 이 회사를 어떻게 보던 시각이 언제, 무슨 근거로 바뀌었는지를 시간순으로 남긴다. 반년 뒤에 "내가 왜 이렇게 생각했더라"를 계속 추적하고 축적할 수 있게 덧붙이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와 엔비디아가 모두 들있는 뉴스와 분석을 던져주면 세 회사의 기사를 분리해서 회사 페이지에 반영해주는 것이다.

산업 페이지는 회사들을 묶는 위층이다. 한 종목만 보면 놓치는 흐름, 그러니까 산업 전체의 수급이나 경쟁 구도 변화를 여기서 본다.

투자 아이디어 페이지는 여러 종목을 관통하는 큰 그림이다. 예를 들어 'AI 인프라의 병목이 메모리·전력·광연결 세 군데로 옮겨간다'는 가설을 세우면, 거기 해당하는 회사들을 한데 엮어 추적한다. 종목은 아이디어의 증거이고, 아이디어는 종목을 보는 렌즈가 된다. 데이터베이스 업계용어로 말하자면 view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두 개의 눈 — 매크로와 스크리닝

종목만 들여다본다고 투자가 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두 개의 위층을 따로 둔다.

하나는 매크로다. 시장을 읽는 다섯 가지 시각을 매번 교차해서 기록한다. 나는 주식시장이 상승하기 위해서는 유동성·금리·기업 실적·기술 혁신, 이 네 가지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이 시각으로 매크로와 시장을 본다는 내 나름의 틀을 중심에 두고, 거기에 시장이 과열인지 침체인지를 가늠하는 별도의 지표 체계를 붙여두려고 하고 있다.(아직은 더 만들어야한다)

다른 하나는 종목 발굴 기준이다. 내가 1순위로 치는 종목엔 특징이 있다. 매출·영업이익·영업이익률·배당이 한꺼번에 좋아지는데, 정작 텔레그램이나 시장에선 아직 조용하고, 주가도 안 올랐을 때. 거기에 주도주가 좋은 실적을 내고 같은 부품을 쓰는 미국 동종 업체의 분위기까지 좋으면 거의 완벽하다고 본다. 새 자료가 들어올 때마다 이 기준에 맞춰보고, 들어맞으면 따로 표시해두라고 규칙을 만들었ㄷ.

오늘만 해도 모회사의 IR 노트가 들어왔다. 화학 별도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뛰었는데(중동발 공급 차질의 수혜), 정작 연결 순이익은 금융비용에 발목 잡힌 회사다. 이런 엇갈림을 기준에 비춰보면 "영업이익 모멘텀은 강하지만 배당·재무가 약점"이라는 그림이 또렷해진다. 그 판단을 회사 페이지에 근거와 함께 남겨둔다.

그래서 이게 투자에 어떻게 쓰이나

결국 이 시스템이 하는 일은 두번째는 흩어진 자료를 판단으로 바꾸는 것과 다른 하나는 내가 쌓은 지식이나 자료에 자료를 추가하면서 질문을 해서 새로운 제 3의 자료를 생성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향후 3개월에서 1년간 어떤일이 일어날지 내 포트의 어떤 회사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시뮬레이션 하라는 질문에도 충분히 대답할 수 있게 되어있다.

자료가 들어오면 자동으로 회사에 연결되고, 내 종목 발굴 기준과 기존에 만들어둔 투자 아이디어에 각자의 렌즈에 비춰진다. 기준에 맞으면 후보로 올라온다. 증거가 바뀌고 확신도가 바뀌면 그 이유가 기록으로 남는다. 분기가 지나면 "내 생각과 주가가 어떻게 움직였나"를 되짚어볼 수 있다. 내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운이었는지 실력이었는지를 데이터로 따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일반적인 웹버전 LLM은 LLM이 그동안 학습한 기본지능에 의존해서 자료를 분석하고 찾아주지만 LLM위키는 자료가 구조화 되어 저장되어 어느정도 축적되면 자료와 자료사이의 연결(위키링크, 태그)로 인공지능이 자료를 재구조화 해서 보여줄 수 있게 된다.

여기서 AI의 역할은 분명하다. 자료를 다듬고, 연결하고, 초안을 쓰고, 빠진 걸 찾아주는 일은 AI가 한다. 하지만 마지막 판단, 그러니까 살지 팔지, 얼마나 확신하는지는 내가 정한다. AI는 더 좋은 판단을 하라고 옆에서 자료를 정리해주는 조수지, 결정권자가 아니니까 말이다.

결국 만들고 싶은 것

거창하게 말하면 '제2의 뇌'다. 내가 읽고 듣고 판단한 모든 것이 사라지지 않고 쌓여서, 다음 판단을 더 낫게 만드는 구조. 자료가 늘수록 똑똑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 판단의 역사가 자산이 되는 시스템.

아직 완성된 건 아니다. 매일 조금씩 자료를 넣고, 도구를 다듬고, 기준을 정교하게 만들어가는 중이다. 다만 방향은 분명하다. 정보가 부족해서 투자를 못하는 개인 투자자는 거의 없을것 같다. 읽고도 체계적으로 조금은 추상화된 주가상승의 다양하고도 다차원적인 상승패턴에 연결되지 않고 흘러가버려서 놓칠 뿐이다. 과거 사고에 포획되어서 새로운 기회가 왔을때 어떤 패턴과 연결되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하려면 기록도 체계화 시켜야 한다. 그 빠지고 놓치고 흘리는 것을  막는 것, 그게 이 위키의 가장 큰 목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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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