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역할훈련을 읽으며
토마스 고든의 "부모역할훈련"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사두고 육아책 좀 읽어봤다고 안읽고 묵히다가 우연히 다시 펼쳐들었는데 요즘 뭔가 답답하던 마음을 풀어주는 주옥같은 책이었다. 단연코 올해의 책이라 할 만하다.
이 책을 꿰뚫는 낱말은 '공감'이다. 내 감정만큼 상대방의 감정도 중요하고 서로 목적을 위해서 말하는 것만큼 감정을 대하는 방식도 세련되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책의 모든 부문을 관통하고 있다.
모든 사람에겐 감정이 있고, 아이에게도, 당연히 부모에게도 감정의 출렁임이 있게 마련이다.
기분이 나쁘거나 두려움에 직면한 때에도 아이는 표현능력의 부족함때문에 의사표시를 못하는 경향이 있고, 부모는 스스로의 무지와 두려움과 걱정때문에 아이의 감정을 뒤틀고 억압하는 경우가 잦다....
바로 이 감정의 억압 문제는 부모와 아이사이의 하루하루 케케묵은 감정의 잔해들이 아이들이 육체적으로 부모에 견줄만큼 크는 사춘기때 틀어지는 계기가 되게 된다는 것이다.
책의 저자는 소통을 위해서 상대방의 감정을 인정하고 너는 이래야 한다는 식이아니라 화자의 감정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소통하라고 한다. 즉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상대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너 그런 못된짓을 하다니 좀 맞아겠구나?"(상대방을 평가하며 비난하는 말:감정의 반발 유발)
"네가 그런 행동을 해서 나는 너무 슬펐어."(상대방의 공감을 이끌어내 상대방을 변화시킬 수 있는 말)
문득 여기까지 읽었을때 결국 세월호의 비극이 떠올렸다. 이 참사에 슬퍼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억압하고 공감을 억누르려는 정부가 앞장서서 바로 감정의 폭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닌가. 일제시대에 자신과 가족을 희생시키면서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을 모욕하는 사람들이나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장애인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일삼는 모 사이트의 벌레들 또한 육체적 폭력에 비할바가 아닌 감정의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이 나라의 무수히 많은 부모들에게 이웃의 불행을 모른채 살아가라고 가르치는 수많은 부모와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이 떠올랐다.
누구에게나 양심의 자유가 있든 누구에게나 감정의 자유가 있다. 가장 저급한 독재는 감정마저 지배하고 조작하려는 것이다.
한국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소득 5만불이 아니라 공감과 소통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때론 밥보다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백년도 못가는 생명보다 자손에게 부끄럽지 않을 명예를 추구하게 마련이다. 수천년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고통을 털어놓고 이에 대해서 사회적인 공감이 이뤄지는분위기가 만들어 질 때 개개인의 행복은 더 추구될 수 있을 것이며, 한국의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있을 것이고, 자살률 또한 획기적으로 낮아질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수학과 영어와 국어보다 더 중요한게 공감능력이고, 자유와 책임과 권리에 대한 교육이고, 육체적 건강을 위해 체육이 있는 것처럼, 정신건강을 위해서 기초적인 심리학을 정규교과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