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전쟁-김영준

아버지가 가게를 하셔서 자영업의 고단함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때의 간접체험때문에 나는 자영업 공포증이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사람도 얼마 오가지 않는 좁은 골목길에 남루하게 개업해서 멍한 표정으로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다 몇 달 지나지 않아 문을 닫는 가게에 앉아있던 주인들의 망연자실한 표정이 떠올랐다.

좀 된다 싶은 사업에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차별점도 없이 me too를 양산하다 모두가 폭망하는 구조가 한국사람의 기질 문제라고 치부하기엔 문제가 그리 작지 않은것 같다. 90년대부터 노래방-PC방-조개구이-찜닭-패밀리레스토랑-해산물뷔페-팥빙수-대만카스테라-핫도그-떡볶이-토이크레인 지금도 골목골목마다 생겨나는 로스터리 카페들.
난 늘 궁금했다. 대체 누가 신발 한 켤레의 수명보다도 짧을 저 유행에 피같은 돈 수천-수억을 꼴아박는 걸까.
주식을 하고나서 더 짧고 더 강한 유행의 흐름을 몇 번 탔다가 지옥에 내던져지는 경험을 하면서 자영업의 빠른 흥망성쇠를 보니까 '나는 어떻게든 나보다 바보에게 떠넘기고 나올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하고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게 어딘지 모르게 이 투자판과 닮아있단 생각을 하게 됐다.

한국은 땅이 너무 좁아서 넓은 대륙에 주마다 사업을 복제해서 오픈하고 영업망을 수년에 걸쳐서 물류와 유통망을 표준화하고 사람들을 교육시켜 장기성장하는 미국이나 중국 모델은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 최근에 자영업에 뛰어든 젊은 사업가들은 '돈쓰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서 한국의 자영업자들도 이제 경쟁력이 올라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IMF이후에 자영업에 몰려든 많은 실패담을 딛고 지금도 창업에 마지막 희망을 거는 많은 사람들에게 건네는 진지한 충고는 자못 엄중하다. 어지간하면 자영업 하지 말고, 하려면 입지부터 회계 법규까지 고민해서 준비하라는 이야기 말이다.
통찰에서 결론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읽는 편의를 위해인지 상당히 축약됐다는 느낌이지만 저자의 내공은 작지 않아 보였다. 책이 어렵지 않게 읽게 넘어가서 하루만에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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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on